롯데쇼핑이 1조원을 투입한 영국식 AI 자동화 물류 ‘오카도’가 올해 상반기 첫선을 보인다. 유통 명가 재건 명운을 건 승부수다.
실적 목표는 낮췄다. 신동빈 회장이 주문한 수익성 중심 경영을 위해 무리한 외형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로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선택과 집중으로 내놓은 결과물이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다. 이미 선두 업체들이 장악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실질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 CFC 첫 가동…유통 명가 재건 신호탄
롯데쇼핑이 사활을 건 ‘오카도 프로젝트’가 부산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 2022년 말 영국 물류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 2년여 만이다. 1조원 베팅 성패를 가를 부산 자동화 물류센터(CFC)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본격 가동된다.
오카도는 물류 전 과정 무인 자동화가 시스템을 이루는 핵심이다. 대규모 인력 투입으로 인건비 부담과 오배송 등 휴먼 에러가 상존하는 경쟁사와 달리 오카도는 로봇이 주문부터 포장까지 전담한다. 롯데쇼핑은 실수를 줄여 효율을 극대화하고 고비용 물류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부산 CFC는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구축할 6개 거점 중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기지다. 롯데쇼핑은 이를 시작으로 온라인 그로서리 매출 비중을 대폭 끌어올릴 방침이다. 첫 가동지인 부산 운영 데이터는 향후 전국 물류망 효율을 결정짓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외형보다 내실…실적 눈높이 낮춘 까닭
롯데쇼핑은 지난 2023년 공표했던 2026년 매출 17조원 목표를 14조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매출 현실화 배경에는 내실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깔려있다. 당시 롯데는 유통 명가 재건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예고했으나 고금리와 소비 위축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무리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투하자본수익률(ROIC) 등 실질적인 이익 지표를 관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단순한 매출 규모 확대보다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대외적으로 공표한 매출 목표를 수정하는 건 이례적이지만 이는 부담을 낮추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롯데쇼핑은 확보된 재원을 오카도와 같은 고효율 인프라에 투입해 미래 먹거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커머스 시장 질서 흔들까…안착 여부가 관건
롯데쇼핑이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이커머스 후발주자로서 시간적 격차를 극복해야 한다. 쿠팡·컬리 등 선두 업체들이 이미 물류 인프라와 충성 고객층을 선점한 상태에서 롯데쇼핑은 1조원 규모 투입 자산에 대한 수익성(ROI)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이 만만치는 않다. 외신에 따르면 기술 파트너인 영국 오카도 본사는 수익성 악화로 전 세계 인력 중 약 5%를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캐나다 일부 파트너사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오카도 기반 창고를 폐쇄하거나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에서도 공사 작업은 더딘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경기 고양 2호 CFC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부산 CFC 가동 전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하며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쇼핑 안팎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오카도가 롯데쇼핑 실적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인 건 사실이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은 “본격 가동될 오카도 물류센터 실적 증진 효과 등이 올해 회사 실적 개선에 대한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카도 사업 주체인 롯데마트는 한국 시장 특수성과 고유 솔루션으로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식료품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한국 시장에서 특화된 온라인 그로서리 솔루션(OSP)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AI 기반 수요예측과 재고 관리 등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솔루션을 통해 쇼핑 편의성을 제고하고 오프라인에서 검증된 신선식품 품질을 온라인에도 동일하게 제공해 승부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마선주 기자 msjx0@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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