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알아둬야 할 마늘 상식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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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알아둬야 할 마늘 상식 9

에스콰이어 2026-02-24 11:59:35 신고

15세기 유럽의 건강지침서 'Tacuinum Sanitatis'에 등장하는 마늘 수확 장면 / 출처: 위키피디아

15세기 유럽의 건강지침서 'Tacuinum Sanitatis'에 등장하는 마늘 수확 장면 / 출처: 위키피디아



웅녀는 마늘을 먹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단군신화 속에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호랑이와 곰의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백 일 동안 햇빛 없이 버티면 사람이 된다는 설정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웅녀가 먹었다는 그 ‘마늘’, 우리가 아는 마늘이 아닐 수도 있다. 옛 문헌에 따르면 마늘은 기원전 4000년경 처음 등장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형태의 마늘은 불과 150여 년 전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통일신라 시기에 마늘 재배 기록이 등장하긴 하지만, 기원전 2333년으로 설정된 단군신화 속에 지금의 마늘이 등장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단군신화 속 ‘마늘’을 산마늘이나 달래 같은 야생 파속 식물로 해석한다. 곰이 인간이 된 건, 우리가 아는 마늘을 꾸역꾸역 먹어서가 아니라는 얘기다.




마늘로 지은 피라미드

짐승도 안 먹는다는 마늘은 사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강식품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로 보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마늘은 거의 국보급 취급을 받았다.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시절, 이집트인들은 노역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 마늘을 먹였다. 자양강장제이자 고대판 에너지 드링크였던 셈이다. 기록에 따르면 마늘 배급이 끊긴 날엔 폭동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피라미드의 돌 사이에는 노동자의 땀과 함께 마늘 냄새도 배어 있었을지 모른다.




마늘은 사실 바나나보다 달다

마늘이 매운 건 알리신 때문이다. 하지만 마늘 속엔 프럭턴이라는 성분도 들어 있다. 프럭턴은 단당류 중에서도 단맛이 강한 과당 계열이다. 당도를 나타내는 브릭스(Brix)로 비교해 보면 수박은 약 9, 오렌지는 13, 바나나는 20 정도인데 마늘은 무려 40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물론 이 단맛은 마늘의 매운맛과 향에 묻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눈물이 먼저 난다. 단맛을 느끼고 싶다면 마늘을 굽거나 찌는 게 답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달고, 달면… 마늘?




마늘 키스 전, 우유 한 잔

잘 구운 마늘은 때로 삼겹살보다 주인공이 되기도한다. 한 점 두 점 집어 먹다 보면 술기운이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는 순간도 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마늘 구취가 걱정된다면 우유를 마시면 된다. 저지방보다는 일반 우유가 더 효과적이다. 우유 속 물과 지방 성분이 마늘의 유황 화합물을 중화시켜 입 냄새를 줄여준다. 발렌타인데이나 기념일엔 삼겹살집에서 우유를 팔아야 하는 이유다.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마늘 뭉치 / 출처: 위키피디아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발견된 마늘 뭉치 / 출처: 위키피디아



마늘 분리불안

오래 해외에 있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어디선가 마늘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영국에 있을 땐 김치도, 마늘도 냉장고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나 역시 마늘 향을 잊고 살았다. 혼자 아픈 날, 너무 서러워 라면에 마늘을 으깨 넣어 끓여 먹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국물까지 비우고 나면 다음 날 몸이 멀쩡해졌다. 그 뒤로 마늘은 냉장고의 고정 멤버가 됐다. 마늘이 떨어져 슈퍼에 사러 가는 날은 유난히 신이 났다. 싹 튼 마늘조차 귀여워 보이던 유학 시절, 마늘은 울고 있는 나와 땀 흘리는 나를 함께 지켜봤다.




마늘 한 톨 레시피

판 콘 토마테는 스페인의 가장 단순하고 완벽한 요리다. 구운 빵, 생마늘 한 톨, 잘 익은 토마토, 그리고 올리브오일. 사워도우나 아무 빵이나 구운 뒤, 마늘 한 톨을 반으로 잘라 포크에 꽂고 빵에 사정없이 문지른다. 거친 빵 표면에 마늘 향이 잘 스며든다. 강판에 간 토마토 속살을 올리고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을 듬뿍. 마늘 한 톨이 한 끼를 완성한다.




마늘의 민족

알리오 올리오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면 요리다. 잔치국수, 평양냉면, 그리고 알리오 올리오. 본토 레시피에선 마늘 두세 톨이면 충분하지만, 우리에겐 간에 기별도 안 간다. 한 움큼 쥔 마늘이 팬에서 노릇해지면 집 안은 마늘 향으로 가득 찬다. 그 냄새는 묘하게 부자가 된 기분을 준다. 2001년, ‘대놓고 마늘에 미친’ 매드포갈릭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등장했고, 시그니쳐 메뉴인 갈릭 스노잉 피자는 눈 내리듯 마늘을 뿌려줬다. 육쪽마늘빵은 백화점 푸드코트를 점령했고, 맥도날드 창녕 갈릭 버거는 매장 내 크게 홍보중이고, 교촌의 허니갈릭 치킨은 여전히 배달앱 상위권 메뉴이다. 우리는 마늘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늘 실종 사건

〈흑백요리사〉 시즌1 준결승전에서 최현석 셰프는 봉골레 파스타에서 마늘을 빼먹었다. 심사 결과는 1점 차이 패배. 그는 “마늘을 빼먹다니, 미친 놈이죠”라고 말했다. 떡볶이에 고춧가루를 빼먹은 격이라고. 29년 동안 봉골레를 만들며 단 한 번도 마늘을 빠뜨린 적이 없었다는 고백은, 마늘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마늘은 엄마 열 명과 맞먹는다

레스 블랭크스 감독의 50분짜리 다큐멘터리〈Garlic Is as Good as Ten Mothers〉(1980) 는 마늘을 향한 순도 100% 사랑 고백이다. 마늘의 역사, 재배, 맛, 효능, 그리고 마늘을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마늘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마늘로 왕관을 만들어 씌워주며 서로를 축복하는 사람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마늘은 음식이 아니라 돌봄이고, 위로이며, 거의 어머니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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