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美에 큰 양보할 압박 줄어…유리한 조건 요구 가능"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인도가 향후 대미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인도는 지난해부터 오랜 기간 협상을 이어온 미국과 1단계 무역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인도에 부과한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추고,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도 철회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에너지, 기술, 농산물, 석탄 등 미국산 제품 구매액을 최대 5천억달러(약 723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그동안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인도와의 무역 협정에도 영향이 미쳤다.
인도 정부는 애초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번 주 대표단을 미국에 보낼 예정이었으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연기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자국 이익을 지키면서도 최근 합의한 무역 협정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와도 마찰을 빚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주재 인도 대사를 지낸 자얀트 다스굽타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인도는 미국 입장이 무엇인지와 어떤 조치를 검토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지속해서 소통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전개 방향이 아직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양국은 다음 달 1단계 무역 협정에 서명하고 포괄적 무역 협상을 계속할 예정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오히려 인도 입장에서는 더 많은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엠케이 글로벌 금융서비스의 마다비 아로라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산 원유 구매로 인한 징벌적 관세 위협이 사라진 만큼 인도는 미국과 무역 협정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비록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큰 양보를 해야 할 압박이 줄어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예일대 예산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연방대법원 판결 직전에는 16%였다.
그러나 판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부과한다고 발표한 '글로벌 관세' 15%를 적용하면 평균 실효 관세율은 13.7%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는 최근 미국과 합의한 상호관세가 18%였던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관세를 적용받는 게 더 유리하다.
다만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은 아직 논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IDFC 퍼스트 뱅크의 가우라 센 굽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앞으로 미국의 관세 활용 폭이 제한되겠지만, 확실성 측면에서는 (인도가)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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