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을 둘러싼 공방이 거세다. 도시재생의 공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를 두고 서울시와 성동구가 정면으로 맞섰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다. 정 구청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성수동 발전 과정을 언급한 오 시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금의 성수동이 왜 주목받는지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며 “IT진흥지구 지정 덕분에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섰다는 식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발단은 전날 열린 북콘서트였다. 오 시장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성수동 변화 과정을 언급하며, 과거 낙후된 준공업지역이던 이곳에 발전 전략을 세우고 IT진흥지구로 지정한 점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오피스 빌딩 증가로 평일 유동 인구가 늘었고, 서울숲 조성으로 주말 방문객도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화예술인과 자영업자들의 창의적 시도가 더해지며 오늘의 성수동 브랜드 가치가 완성됐다는 취지였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 뉴스1
하지만 정 구청장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성수동은 본래 준공업지역이어서 별도의 지구 지정이 없어도 지식산업센터 입주가 가능했다”며, 특정 정책이 결정적 계기였다는 주장에 선을 그었다. 또 “성수동에 사람들이 왜 몰리는지, 무엇을 경험하러 오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시설 유치나 건물 신축만으로는 지금의 분위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오 시장은 성수동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 왔다. 공장이 밀집해 밤이면 불이 꺼졌던 동네였지만, 비교적 낮은 임대료와 강남 접근성, 서울숲과 지하철 개통 등 입지 요인이 가능성을 키웠고, 문화예술인과 스타트업이 모여들며 활력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붉은 벽돌 건축물 보존 지원과 소셜벤처 육성 정책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행정이 주연이 아니라 조연으로서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정 구청장은 오 시장이 과거 도시재생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도시재생으로 성장한 지역을 두고 공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도시의 변화를 특정 인물의 성과로 환원하는 관점 자체가 낡은 행정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위에서 설계하고 아래를 이끄는 방식으로는 시민과 기업, 창작자들이 만들어낸 역동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 뉴스1
정 구청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성수동에 그토록 관심이 많다면 성동구청장 선거에 직접 출마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직격했다. 공개적인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그는 끝으로 “오늘의 성수동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주민과 상인, 예술가들의 땀 위에 세워졌다”며 “좋은 행정이란 공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주인이 되도록 판을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수동의 가치를 판단하는 최종 주체 역시 행정이 아닌 시민이라고 덧붙였다.
성수동을 둘러싼 이번 설전은 단순한 지역 발전 사례를 넘어, 도시 정책의 방향성과 행정 철학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성장했는가에 대한 해석 차이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파장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