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밀려들며 ‘코스피 7000’ 시대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수출 호조세가 맞물린 가운데, 투자자 예탁금이 단숨에 1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자금 대이동(머니무브)’가 속도를 내면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7.56포인트(0.65%) 상승한 5846.09로 장을 마쳤다. 지난 20일 장중 58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전날 장중 5937.86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코스피 6000선 고지를 정조준하고 있다.
◇‘106조’ 뭉칫돈 유입…폭발적 거래대금에 증권주 ‘들썩’
증시 신고가 랠리와 함께 거래대금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06조원에 달한다.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 100조원의 벽을 넘어선 이후 견조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 자금은 빠르게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51조5379억원으로 전월 대비 22조4705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은 2조4133억원, 정기적금 잔액은 482억원 각각 줄었다. 은행을 빠져나온 예금이 증시로 직행하며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유동성 랠리의 최대 수혜는 증권주로 향했다. 연초 이후 전날까지 한국거래소(KRX) 증권 지수는 92% 급등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압도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증권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증권’ 모두 연초 이후 90%를 웃도는 폭발적인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증권 업종은 한국 주식시장 리레이팅(재평가) 국면에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KRX 은행 및 보험 지수 역시 각각 38%대 상승하며 금융주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20만전자·100만닉스’ 눈앞…위헌 판결에 덜어낸 수출주 리스크
이번 코스피 상승세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다.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일 장중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전날 각각 19만3000원(1.53%), 95만 1000원(0.21%)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20만전자’와 ‘100만닉스’ 진입을 가시권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지표의 탄탄한 흐름은 랠리 지속 전망에 힘을 싣는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누적 수출액은 435억달러, 수입액은 386억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23.5%(82억9000만달러), 수입은 11.7%(40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특히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이 무려 134.1% 폭증하며 전체 수출 성장세를 강력하게 견인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린 점도 국내 증시엔 대형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발동한 관세 조치에 대해 6대 3으로 위법 판결을 내렸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법 122조(최장 150일간 부과 가능)를 내세워 10%의 글로벌 보편관세를 발표하고 21일 ‘15% 재인상’을 공표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불확실성이 걷히며 투자심리도 개선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막무가내 식 관세 정책의 시대는 종료됐고, 법에 근거하고 의회 견제를 받는 예측 가능하고 관리 가능한 관세 정책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의 경우 무관세 기조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고, 상호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기술적 과열 우려는 ‘변수’…“소외 업종 길목 지켜야”
역대급 랠리 속 ‘조기 코스피 7000’ 달성 낙관론이 팽배하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과열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경계해야 할 변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는 단숨에 5800대에 진입했으며, 연초 이후 지수 상승률이 37.8%를 기록할 정도로 역대급 랠리를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번주에도 지난주 주가 모멘텀을 이어받아 6000대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나, 지난주 폭등에 따른 기술적 과열 부담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변동성 장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24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등 남아있는 대외 변수도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관세율 자체의 직접적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관련 판결은 한국 주식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관세율 15%는 한국의 기존 상호관세율과 같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추격 매수보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집중할 시점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급등한 업종을 추격 매수 하기 보다는 아직까지 소외된 업종들에 대한 길목지키기 전략이 유효하다”며 “저평가, 소외업종에 호텔/레저, 소프트웨어, 화학, 화장품·의류, 디스플레이, 건강관리, 필수소비재, 2차전지 등이 포진돼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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