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인공지능(AI)이 전통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뒤흔들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여진까지 겹치며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21.91포인트(−1.66%) 떨어진 4만8,804.0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1.76포인트(−1.04%) 내린 6,837.75,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58.80포인트(−1.13%) 하락한 2만2,627.27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이끈 것은 ‘AI 공포’였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이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등 화이트칼라 중심 산업의 수익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종목이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이날 낙폭이 두드러진 업종은 사이버보안이었다. 대표 종목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9.85% 급락했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클로드(Claude) AI 모델에 새로운 보안 도구를 시험 적용한다고 밝히자, 고성능 생성형 AI가 기존 보안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고, 이는 사이버보안 업계 전반에 대한 매도 압력으로 이어졌다.
전통 IT 공룡 IBM도 AI 혁신의 직격탄을 맞았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딩 모델이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레거시 컴퓨터 언어 코볼(COBOL)을 보다 현대적인 언어로 비용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IBM의 기존 유지·보수 사업 모델이 AI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인식을 키우며 주가를 13.15% 끌어내렸다. 다우 30 구성 종목인 IBM의 급락은 지수 전체 하락폭을 키운 주요 요인이 됐다.
월가에서는 AI가 노동시장과 금융 시스템에 미칠 잠재적 충격을 경고하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회자되고 있다. 시장분석 업체 시트리니 리서치는 전날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AI 혁신이 인간의 지식 노동을 대체하면서 화이트칼라 실업률이 급등하고, 그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급증해 2028년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트리니는 보고서에서 AI가 소프트웨어, 전자결제, 배달 플랫폼 등에서 수수료 수입을 깎아내리는 구조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분석에서 매출 타격 우려 기업으로 거론된 비자는 4.53%, 마스터카드는 5.77%, 도어대시는 6.60%, 서비스나우는 3.33%, 블랙스톤은 6.23% 각각 하락하며 실제 시장에서도 약세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통상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추가로 짓눌렀다. 지난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백악관과 시장 모두 혼란에 빠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하루 앞둔 이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으로 ‘장난을 치려는’ 국가는 더 높은 관세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강경한 보호무역 기조를 재확인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0일간 전 세계를 상대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전방위 관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자, 글로벌 교역 위축과 기업 비용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 대형 제조·기술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AI 기술이 생산성과 혁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기존 산업·고용·금융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공포가 교차하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뉴욕증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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