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콘텐츠로 풀어가는 세일즈비즈니스의 정수(精髓)
ⓒ 와이즈앤밸류
AI가 보험료와 보장 내용을 몇 초 만에 비교해 주는 시대다. 보험·금융 영업은 예전보다 더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정보는 넘치고 선택지는 많아졌지만, 고객이 불안해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그래서 지금의 세일즈비즈니스 현장은 ‘신뢰를 설계하는 능력’이 검증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 조직 운영의 원칙과 콘텐츠의 언어로 업계의 인식을 다시 쓰려는 리더가 있다. 김준석 와이즈앤밸류 대표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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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 가능한 자리’를 택하다
김준석 대표의 출발점은 금융이 아니었다. 중앙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한때는 통역사를 목표로 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 앞에서 선택의 폭은 급격히 좁아졌다. 러시아에서의 인턴 경험 이후 자리 잡은 첫 직장에서는 정해진 일정과 역할을 수행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더 오래 가도 삶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현실을 보았다. 그때부터 직장인으로서 오래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성과를 만들어 책임질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주변의 만류가 많았던 보험 영업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서였다. 부담스럽고 거부감이 큰 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바뀔 것이라고 봤다.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판단을 맡기게’ 되고, 그 순간 필요한 건 화려한 말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방식이라는 생각이었다.
세일즈비즈니스 업계에 들어온 뒤 그는 빠르게 현장에 적응했다. 스스로 주간 목표를 정하고, 그 약속을 오랫동안 지키는 방식으로 단련했다. 중요한 건 성과를 내는 것만이 아니었다. 개인으로서의 실력을 넘어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던 시간이 되었다. 한 사람의 설계사가 아니라, 팀이 흔들리지 않게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고 싶었던 것이다.
무너진 뒤에야 보인 것
조직을 키우겠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김준석 대표는 현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사람을 모으고 팀을 운영하는 일에 뛰어들었고, GA 사업 형태로도 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 도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그때를 ‘크게 실패했다’라는 말로 정리한다. 돌이켜보면 문제는 ‘누가 잘못했느냐’보다, 흔들릴 때 버틸 장치를 미리 만들어두지 못했던 데 있었다는 것이다. 관계가 틀어지고 상황이 꼬이자,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이후 또 한 번의 큰 좌절의 시간이 찾아왔었지만,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오래도록 알고 지낸 멘토의 조언과 지인 부부의 도움이 주요했다. 조건 없는 도움과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해 보라’라는 조언이 계기가 됐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을 지속하려면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하는지부터 다시 적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할 때 그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보다 ‘이번에는 무엇을 먼저 확인하고, 무엇부터 점검하고 장치를 마련할 것인가’를 앞세웠다. 그리고 이때 만든 기준들은 이후 김 대표의 조직 운영 방식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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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점검의 리더십
김준석 대표가 다시 조직을 꾸리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교육’과 ‘점검’이었다. 체계적인 인사를 통해 관리자를 따로 모아 월초에 교육을 진행하고, 팀에서 반복되는 실수와 리스크를 먼저 확인하는 시간을 고정해 두었다. 성과가 흔들릴 때마다 즉흥적으로 처방을 내리는 대신, 매달 같은 순서로 점검하는 방식이었다.
계약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그는 계약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계약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서류를 살피는 단계에서 불필요하거나 위험해 보이는 흔적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과감히 멈추는 판단을 내린다. 고객에게도, 조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계약이라면 결국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경험적 사실에 기인해서다.
김 대표는 “와이즈앤밸류의 목표는 ‘잘하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팀이 흔들리지 않게 유지되는 상태를 만드는 일’입니다”라며 “이를 실현하고 지켜가기 위해 리더는 현장이 무너지기 전에 먼저 확인하고, 문제가 될 지점을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하죠. 그렇게 팀이 흔들리지 않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리더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미디어로 ‘설명’을 바꾸고, 문화로 ‘팀’을 묶다
와이즈앤밸류는 보험을 ‘콘텐츠 산업’으로 재해석해 크리에이터형 설계사를 육성하는 GA로 활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김준석 대표가 ‘콘텐츠’를 무기로 꺼낸 이유는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다. 어떤 상품을 판매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어떤 태도로 관리하는지, 계약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가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말로 신뢰를 주창하기보다, 평소의 일하는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조직문화도 같은 방향이다. 그는 성과를 ‘누군가를 밀어내서 얻는 결과’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함께 만든 성과는 함께 기념하고,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자리를 통해 팀의 결속을 쌓아간다. 규모를 키우는 행사보다, 실제로 대화와 유대를 남길 수 있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김 대표는 언젠가 스스로 정해둔 시점에 현장을 떠나겠다는 계획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다만 그때까지 ‘성공담’이 아니라 남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운영의 형태를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계약을 검토하는 기준, 관리자가 점검해야 할 순서, 교육이 돌아가는 방식, 콘텐츠가 쌓이는 방식이 조직에 남아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리를 내려놓은 뒤에도 팀이 같은 원칙으로 움직인다면,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변화의 증거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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