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요금’에는 묘한 뉘앙스가 있다. 바가지는 본래 물을 뜨는 그릇이지만 속어로는 사정을 잘 모르는 손님에게 값을 덮어씌우는 행위를 뜻한다. 낯선 소비자, 처음 방문한 손님이 주된 대상이다. 단순히 비싼 가격이 아니라 ‘속았다’는 감정을 남기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특정 시기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명절, 관광 성수기, 지역 축제 등 사람들이 몰릴 때마다 불쑥 솟아오르며 언론 보도로 주목된다. 피해자는 외국인 관광객만이 아니라 국내 소비자도 될 수 있다. 몇몇 상인의 일탈은 시장 전체의 평판을 깎는다. 바가지요금뿐 아니라 계량 속임, 재사용 등도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 가격은 원칙적으로 자율 영역이고 ‘적정 가격’을 획일적으로 정하기도 어렵다. 문제의 뿌리는 인간 심리에 있다. 한철에 조금이라도 더 벌고 싶은 마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상술이 순간의 선택을 부추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순간의 이익으로 끝나면 시장 전체와 장기적 평판에는 큰 손해가 된다.
드라마 ‘상도’ 속 만상의 임상옥은 폭리보다 신뢰를 택했다. 상도는 도덕 교훈이 아니라 장사의 전략이었다. 반복되는 거래와 오래가는 평판이 더 큰 이익임을 알고 선택을 실천한 것이다.
과거 전통시장에서는 상인대학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정확하고 정직하게 정돈된 점포 유지 등 상거래 기본원칙 실천을 강조했다. 요즘도 3無(바가지요금, 위생, 안전사고) 캠페인과 상인들의 정직한 자발적 참여처럼 말보다 실천을 통한 신뢰 쌓기가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강한 단속보다 상인이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길이며 시장을 살리는 핵심 요소다.
바가지요금의 해법은 단순하다. 가격을 숨길 수 없게 하고, 걸리면 바로 손해 보게 하며, 정직하면 더 벌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안내를 명확히 하고 바가지요금이나 계량 속임 같은 문제를 예방하는 환경이 출발점이 된다.
전통시장은 공동체의 얼굴이다. 바가지의 유혹 앞에서 상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시장의 미래를 결정한다. 몇몇 상인의 일탈이 전체 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폭리는 순간이지만 신뢰는 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속보다 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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