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단 이후 글로벌 보편 관세가 적용되면서 중국산 배터리 관세가 5%포인트 낮아져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5%포인트 가량의 관세 인하가 시장 판도를 바꿀 수준은 아니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를 기준으로 kWh당 가격이 대략 80~90달러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5%포인트 인하는 절대 금액 기준으로 큰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며 “기존에도 중국산과 국내 배터리 간 가격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져 있던 구조는 아니었던 만큼 해당 관세 인하만으로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더욱이 중국산 배터리는 여전히 40%대의 고율 관세를 부담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가격 역전’을 유도할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내에서 이미 생산 체계를 갖춘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 비교할 때 공급망 안정성과 정책 리스크까지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중국산으로 수요가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법 122조·301조, 232조 등을 활용해 관세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는 지점으로 꼽힌다. 중국에 대한 관세가 언제든 재인상될 수 있어 미국 내 사업자들이 단기 인하만으로 중국산으로 공급망을 급격히 전환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미국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활용할 다른 수단도 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면 무역법 301조 조사들을 수행할 것이다. 상무부는 232조에 따른 기존 관세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관세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고 밝히는 등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외 다른 법적 권한을 통해 관세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사법부에 의해 IEEPA에 따른 상호관세가 제동이 걸리자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15% 보편관세를 발동했다. 동시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 보다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세 수단도 병행 검토되고 있다.
301조는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근거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232조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품목별 관세를 매길 수 있어 사실상 상시 관세 체계로 전환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IEEPA 판결과 무관하게 관세 체계는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언제든 재설계·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 방향이 이처럼 유동적인 상황에서 미국 내 사업자들이 단지 5%포인트 인하를 이유로 공급망을 중국산으로 급격히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차례 설비·계약 구조를 바꿨다가 관세가 재인상될 경우 대응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현지에서도 단기 가격 변화보다 중장기 정책 리스크를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앞서 20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IEEPA를 근거로 부과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배터리에 부과되던 IEEPA 기반 10% 상호관세와 10% 펜타닐 관세는 효력을 잃었고 기존 10%+10%가 적용되던 구조는 15%의 글로벌 보편 관세로 대체되면서 중국산 배터리의 실질 관세율은 5%포인트 낮아졌다.
이를 두고 미국 시장 내에의 국내 배터리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ESS용 중국산 배터리 완제품 관세율은 48.4%에서 43.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생산 단가가 낮은 중국 업체들에는 이번 인하 폭만으로도 추가적인 가격 인하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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