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공예의 새로움, 우수성,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기념하는 로에베의 2026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 30인이 공개됐다. 후보에는 한국인 조수현 작가, 이종인 작가, 이소명 작가, 박지은 작가, 박종진 작가, 성코코 작가까지, 한국인 6인이 포함된다. 2016년 제정된 연례 국제상은 여러 세대에 걸쳐 당대 최고의 공예를 압축적으로 평가한다. 이 상은 오늘날의 문화에서 공예가 가지는 중요성을 되새김과 동시에, 1846년 가죽 공방으로 시작한 로에베의 미술, 공예, 디자인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인지도 역시 빠르게 성장했다. 2024년 이래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도자기, 주얼리, 섬유, 목공예, 유리, 금속공예, 가구, 종이공예, 옷칠 부분에서 현대 공예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한 작가들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왔다. 수상자 1인과 특별 언급된 2인은 2026년 5월 12일에 발표 예정. 작품은 2026년 5월 13일부터 6월 14일까지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
공예상은 동시대 공예의 다양성과 야망, 연속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최종 후보작은 혁신과 기술,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구현된 깊이 뿌리내린 전통의 재구성이다. 올해는 133개 국가에서 5,100여 점 이상의 작품이 참여했으며, 균형, 불안정성, 긴장 사이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다수의 작품이 돋보였다. 질서 정연한 체계는 미묘하게 흔들리고, 절제된 색채 팔레트에는 새로운 색이 덮쳤다. 또한 자연의 침투는 재료 선택과 제작 과정에 영향을 끼치며 조용한 흔적을 남겼다. 연속성과 단절에 의해 함께 형성되는 살아 있는 언어를 완성하는 데에는 도자, 목공, 섬유, 가구, 제본, 유리, 금속, 주얼리, 옻칠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됐다. 심사 과정에서 전문가 패널은 기술적 완성도, 숙련도, 혁신성, 예술적 비전 측면을 검토했다. 작년 로에베에 새롭게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처음으로 참여한 자리이기도 하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오랜 세월 다양한 유형과 부문의 창작을 후원해온 헌신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확장하는 의미 있는 협업 프로젝트인 것이다.
조수현, ‘재구성된 시선 그릇 3C1L’, 실리콘 청동, 각 250 × 250 × 150 mm, 2025
조수현(1978년)은 주얼리 아티스트이자 금속공예사다. 자체 개발한 모듈형 몰드 주조 기법을 중심으로 형태를 분할하고 재결합하는 작업으로, 금속의 물리적 특성과 표면에 집중한다. 2024년 뮌헨 탈렌테에서 금속부문상을 수상한 이력도 남다르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 제출한 작품은 세 점의 브론즈 연작으로, 서로 다른 두 몰드 세트의 요소를 조합했다. 관람자, 사물, 시간 사이의 지속적 관계를 통해 지각을 형성해 가는 조각적 실험을 시도한 것. 형상 내부에는 성형된 구리 내벽을 삽입해 이중 레이어 구조를 만들고, 표면은 화학적 산화 처리를 거쳐 빛에 따라 변화하는 깊은 블랙 파티나를 입었다.
이종인, ‘배흘림’, 호두나무, 975 × 400 × 615 mm, 2025
가구 제작자 이종인(1993년)은 현대 목가구 장인인 부친 이무규를 통해 가구 제작의 길에 들어섰다. 가구를 인간의 생리적 필요에서 비롯된 조각적 형태로 인식해, 보편적 실용성과 미적 완성도의 균형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다. 그의 작품은 2021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 출품되었으며, 2024년 시카고 아테나움 미술관(Athenaeum Museum)에서 현대 가구+조명상(Prize Designs for Modern Furniture+Lighting Awards)을 수상했다. 이번 작품은 두 개의 호두나무 덩어리로 구성된 조각적 벤치로, 한국 전통 건축 기둥의 미세한 부풀음을 의미하는 배흘림에서 영감받았다. 상부는 단일 블록을 깎아내 축적된 나이테와 질감을 드러내고, 하부는 수직 결을 세워 구조적 방향성을 강조해 시각적 균형을 완성했다.
이소명, ‘물질의 연대기’, ‘물질의 연대기 001’, ‘물질의 연대기 002’, 스팀 벤딩 오크 나무, 황토, 로프 및 혼합 재료, 600 × 1100 × 550 mm, 2025
가구 아티스트 이소명(1997년)은 스팀 벤딩 목재를 중심으로 황토 안료와 금속 등의 재료를 결합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2025년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레지던시 프로그램 선정 및 국내외 전시를 통해 소개됐다. ‘물질의 연대기’ 작품은 가늘고 긴 오크 조각을 서서히 구부리고, 엮고, 묶는 과정을 통해 완성했다. 고온의 증기를 활용한 두 점의 네 다리 형상 연작으로, 재료가 축적되고 서로 결속되는 과정을 통해 삶의 구조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박지은, ‘순환의 씨앗’, 산화 스털링 실버, 리넨 실, 153 × 153 × 254 mm, 2025
금속 아티스트이자 교육자 박지은(1980년)은 2019년 서울 금속공예 & 주얼리 어워드를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국내외 전시에 참여함은 물론, 그녀의 작품은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과 서울공예박물관 등 주요 공공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 출품한 작품은 팽창과 수축이라는 자연의 리듬에 기반한 조각이다. 수작업으로 완성한 수천 개의 스털링 실버 파편이 축적되며 형성된 밀도 높은 구조를 이룬다. 씨앗을 닮은 이 응집체는 회복력과 유연성을 함께 품으며, 내부에서 외부로 번져 나가는 확장의 잠재력을 조용히 드러낸다.
박종진, ‘착시의 층위’, 도자기, 종이, 스테인, 유약, 750 × 450 × 560 mm, 2025
도예가이자 조교수 박종진(1982년)의 작업은 공예의 규율과 수집 가능한 디자인의 개념적 접근을 결합한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 제작과 디자인 문화, 기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24년 여주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착시의 층위’ 작품은 뒤틀린 직선형 좌석의 구조는 층층이 쌓아올리는 과정을 통해 응집된 세라믹 볼륨으로 구축됐다. 소성 중 발생한 뒤틀림은 불규칙하고 내부가 비어 있는 함몰된 프로필을 형성하며, 이후 전동 공구를 통해 표면과 구조가 다시 한 번 정교하게 다듬어진다. 이 작업은 물질의 불안정성에 대한 작가의 매혹을 반영하는 동시에, 통제와 붕괴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포착한다.
성코코, ‘그림자 꼭두’, ‘옵탁(Optak)’, ‘리베로(Liebero)’, ‘퍼필러브(Pupillove)’, ‘봉자(Bongja)’, ‘펍시(Pupsi)’로 구성, 점토, 래커, 컬러 철사, 비즈, 스와로브스키 스톤, 다양한 크기, 2025
순수 예술과 공예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성코코(1979년)은 문화적 상징성과 개인적 성찰을 결합해 전통과 현대를 잇고 착용 가능한 예술의 가능성을 전달하는 오브제를 창작한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활약중이다. 로에베에 출품한 작품은 점토, 비즈, 컬러 철사, 실, 래커, 스와로브스키 스톤을 사용해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한 작은 직립 인물 형상들이다. 이 시리즈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영혼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한국 전통 장례의 꼭두를 상징한다. 그림자 같은 부적으로 형상화된 작품들은 개성과 차이, 온기와 유머를 포용하며, 상실의 감정을 돌봄의 촉각적 언어로 승화시킨다.
Copyright ⓒ 노블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