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무기징역 선고에도 '절尹'을 거부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절연' 요구가 당 안팎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원내대표·중진·소장파·원외 당협위원장까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비판에 가세한 데 이어 보수 언론도 일제히 장 대표를 겨냥한 사설을 쏟아냈다. 6·3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두고 '절尹' 요구에 힘이 실릴수록, 당내에서는 한동훈 전 대표를 대안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함께 커지고 있다.
장동혁 "절연해야 할 대상은 갈라치기 세력"…판결까지 정면 부정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선고 다음날인 20일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며 절연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장 대표가 절연 거부를 넘어 판결 자체까지 부정하는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이다. 그는 판결에 대해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판결문 곳곳에서 발견되는 논리적 허점들이 지귀연 판사가 남겨놓은 마지막 양심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부 판단 자체를 사실상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또 당내 일각의 절연 요구에 대해서는 "사과와 절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하는 세력"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치적 공방이라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결이 다르다.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판결한 인물과의 절연을 거부하는 것은 당 스스로 '내란 정당'이라는 낙인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비판론의 핵심이다.
더욱이 장 대표는 "국민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지키기 위해 선거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고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내세운 '부정선거론'과 정확히 맞닿은 언어다. 강성 지지층의 프레임을 그대로 가져다 쓴 셈이었다.
원내대표·중진·소장파 일제히 사과…宋 "국힘, 헌정질서 파괴하는 세력과 단호히 선 그을 것"
반발은 계파를 초월해 번졌다. 가장 주목할 대목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입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1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우리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책임을 통감하며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대한민국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며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그 어떠한 세력, 어떠한 행위와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입장문은 장 대표 측과 사전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용 면에서는 장 대표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메시지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SNS를 통해 "비상계엄으로 뜻하지 않게 충격과 혼란을 겪으셔야 했던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한 뒤 "절윤을 얘기하면 분열이 생긴다고 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곪은 상처 부위를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20일 장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SNS에 재차 입장을 올려 "오늘 당 대표의 입장문을 접하며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무죄추정 원칙이 정치적 면책 특권이 될 수도 없다"고 직격했다.
그는 "보수는 특정인의 방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전판이어야 한다"며 "고집스럽게 국민 대다수의 정서와 괴리된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장동혁 대표의 입장은 이해는 가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이 난 이상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당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계엄정당·내란정당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당은 미래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곧 추경호 재판이 본격화되고 신천지·통일교 수사가 본격화되면 그 당은 또 한 번 수렁에 빠진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도 1심 선고 후 부득이하게 출당시켰다. 윤통도 출당에 버금가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모든 당 쇄신 노력은 허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계' 출신의 유영하 의원도 이날 SNS를 통해 "판결 선고 과정을 다 지켜보았기에 재판부가 12.3 계엄이 내란에 해당된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 치밀하고 탄탄하게 논리를 구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1심 판단의 논리 구성을 허물어뜨리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집권당 소속 의원으로서 이 참담한 결과에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국민과 당원께 죄송하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계파를 막론하고 당내 중진들이 장 대표의 노선과 사실상 선을 긋는 흐름이 뚜렷해진 셈이다.
한동훈 "장동혁 단지 尹 세력 숙주일 뿐···자기 살려고 보수 팔아넘겨"
절연 압박이 거세질수록 당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동훈 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한 전 대표는 22일 SNS를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 날, 장동혁 대표가 '우리가 윤석열이다'라고 윤석열 노선을 분명히 선언했다. 보수와 국민의힘이 죽는 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는 단지 윤석열 세력의 숙주일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장동혁은 윤석열 끊으면 보수는 살지만 자기는 죽으니 못 끊는 것이다. 자기만 살려고 당과 보수를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공개 사퇴를 촉구했다.
조갑제 "장동혁 부정선거 음모론 거짓인줄 알면서 음모론자 편 들어"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장동혁은 부정선거 음모론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음모론자들을 편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선관위를 압박해 수개표에 수검표 단계를 추가해 관리했더니 약 2800만 표 개표에서 단 한 표의 오차도 없었다"며 "그런데도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끼워 넣어 자신을 지지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아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반민주적 인물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107명의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라고도 했다.
당협위원장도 친張·친韓으로 갈려…60여 명 vs 25명 맞불 성명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두 쪽으로 나뉘었다. 친장(親張) 계열 원외 당협위원장협의회는 장 대표 기자회견 이튿날인 21일 성명을 내고 "장동혁 대표는 115만 당원의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도자"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사퇴를 촉구한 전·현직 당협위원장들을 향해 "당이 어렵다고 비겁하게 당협 현장을 버리고 도망쳐 놓고도 방송에 나가서는 전직으로 당의 이름을 팔며 돈벌이를 하거나 따뜻한 양지만 쫓으며 희생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인사들"이라고 꼬집었다.
또 "제명된 한 인사와의 연대를 통해 당의 정당한 질서를 부정하고 당을 분열주의로 끌고 가는 심각한 해당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의견 주장이 아니라, 당원 주권을 무시하는 분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성명에는 홍형선(화성시갑)·김선동(도봉구을)·오지성(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 등 6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친한(親韓) 계열 원외 당협위원장 25명은 장 대표 기자회견 직후 맞불 성명을 내고 "법치를 부정하고 민심을 외면하는 리더십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12.3 계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헌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판결의 취지를 '양심의 흔적'이라 폄훼하는 것은 반헌법적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내부의 정당한 비판을 분열의 씨앗으로 몰아세우는 비열한 방식에서 우리는 또다시 독재의 망령을 떠올린다"며 "민주당의 법치 파괴를 비판하면서 정작 사법부의 판단을 부정하는 이중적 태도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성명에는 김경진(동대문을)·오신환(광진을)·함운경(마포을)·현경병(노원갑) 등 25명이 이름을 올렸다.
조·중·동 보수 언론 일제히 등 돌려···張 리더십 정면 비판
당내를 넘어 보수 언론도 일제히 등을 돌렸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각각 장 대표 리더십을 정면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21일 '장 대표 노골적 尹 옹호, 지방선거 포기하고 당권 선택'이라는 사설에서 "장 대표의 이번 입장 발표는 선거를 포기하고 당권을 선택했다는 선언과 같다"고 단언했다.
사설은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미 장 대표가 6월 지방선거는 포기했고 그 후 당권 투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어게인 세력을 품고 있어야 당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라며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이다. 이대로면 선거 참패는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앙일보는 21일 "국민 상식과 정반대로 가는 퇴행"이라고 규정하며 "지난달 장 대표는 첫 공식 사과에서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 다짐을 해놓고서는 반대의 행동을 계속하더니 절연 요구에 대해 '분열의 씨앗'이라 표현했다"며 "말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직격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의 옥중 입장문이야말로 국민의힘이 윤 어게인과 절연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럼에도 제1야당 대표가 역주행하고 있으니 구심점을 잃은 보수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20일 '범보수마저 경악하게 한 張… 尹 절연 아닌 당 절단 노리나'라는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극단적 유튜버들이나 할 궤변들이 장 대표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고 규정했다.
이어 이런 반응이 "장 대표와 대립해 온 인사들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대안과 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부터 초선 김재섭 의원, 6선 주호영 의원까지 계파를 가리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윤 어게인과 한 몸이라는 궤변으로 고립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장 대표 자신"이라고 전했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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