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0년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도 백화점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5년이 지난 현재, 예상은 맞을까? 틀렸다. "다만 '백화점(百貨店)'이라는 이름의 정의가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도심 속 리조트이자, 초고가 예술관, 혹은 쉼 없는 콘텐츠의 무대다. 이에 본지는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 빅4의 혁신과 진화 현장을 통해 오프라인 리테일이 도달할 '더 넥스트(The Next)'의 본질을 탐구한다.
현대백화점(069960)이 정의하는 백화점의 미래는 '상품'이 아닌 '콘텐츠'에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물리적 한계를 공간 기획력으로 극복하며, 업계 내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달 24일 더현대 서울 6층 문화센터 ‘CH 1985’에서 외국인 환승객들이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한식 쿠킹 클래스를 체험하고 있다.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의 콘텐츠 전략은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실적 자료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유입이 급증하며 연간 외국인 매출액 약 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 신장한 수치다. 특히 4분기 기준 외국인 매출 비중은 7%까지 확대됐다.
이러한 집객력은 핵심 점포의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현대 판교점은 지난해 17.2%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명품 라인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차별화된 공간 구성이 실질적인 구매로 연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떤 경험을 남기느냐"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현대백화점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경험 중심 리테일'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의 본질이 '무엇을 팔 것인가'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단순한 상품 판매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머무르고, 체험하고, 기억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 우리의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 외부 전경. ⓒ 현대백화점그룹
대표 사례는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이다. 더현대 서울은 업계 최단기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공간 콘텐츠형 백화점'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팝업스토어를 활용해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리테일 바로미터'로 자리 잡았고,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던 유망 K-브랜드를 오프라인에 소개하며 새로운 성장 경로를 제시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 서울은 단순히 매출 규모가 큰 점포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재발견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공간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글로벌 관광객과 MZ세대 고객을 동시에 끌어들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교점 역시 명품 MD 경쟁력에 더해 미식·예술·체험 콘텐츠를 결합하며 '광역 상권형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과 업계 최대 수준의 식품관 등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율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 결과 판교점은 서울·경기 전역은 물론 충청권까지 아우르는 고객 기반을 확보하며 최단기간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같은 리테일 모델 혁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부문 내실 경영과 리테일 테크
지난해 현대백화점 백화점 부문은 연결 기준 연간 총매출 9조871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백화점 별도 기준 4분기 영업이익은 의류 소비 사이클 회복과 비용 효율화에 힘입어 1377억원을 달성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냈다.
2025년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별 매출 및 성장률. ⓒ 프라임경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운영 효율화도 구체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플랫폼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으며, 리테일 테크를 매장 곳곳에 이식해 고객 편의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약 1361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며 기업 가치 제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5대 광역시 중심의 유통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7년에는 복합쇼핑몰 모델인 '더현대 광주(가칭)'와 '더현대 부산(가칭)'을, 2028년에는 '경산 프리미엄 아울렛'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권 확보를 통해 공항점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백화점 점포를 단순히 늘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지역별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특화된 공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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