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관세 정책에 급제동이 걸리자 미국 정부가 이른바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라는 초강경 보복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한국이 향후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주력 수출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른 통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 관세 카드로 무역법 301조를 검토 중이다. 무역법 122조 등 단기 대응 수단도 거론되지만, 이는 별도 조사 없이 즉각 발동할 수 있는 한시적 조치로 ‘가교’ 역할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발동된 무역법 122조가 301조 및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CNN방송에서 “무역법 122조는 영구적 조치라기보다는 일종의 가교 역할”이라며 “그 기간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가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대통령이 이전(국제비상경제권한법)보다 유연성은 줄었을지 몰라도 매우 견고한 수단을 쥐게 됐다”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미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치 등에 대응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관세율 상한이 없고 4년 일몰 규정이 있지만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영구적인 대체 관세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1989년 일본산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해 시장 개방과 엔화 절상을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대중국 고율 관세의 법적 토대도 무역법 301조였다.
이미 미국 정부는 중국과 브라질을 우선 조사 대상으로 지목하며 무역법 301조 적용을 위한 실무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향후 고관세 부과를 위한 명분 쌓기용 사전 단계로 보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무력화된 관세 권한을 무역법 301조를 통해 재정비하려는 미국 당국의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정부는 즉각 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이날 오전 시장 상황 점검회의와 산업통상부 주재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잇달아 열고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 점검에 착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통한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천명한 만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122조·301조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을 통해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한층 증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단하지 않고 있다”며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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