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다시금 커지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무관세로 수출 중인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고율관세 가능성이 나오면서 바이오업계 우려가 확산 중이다. 바이오업체들은 비축 물량과 미국 생산시설 가동으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부과 위법 판결 이후 전 세계 교역국을 겨냥한 통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대법원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에 기초한 상호관세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직후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엔 이를 법적 허용 최대치인 15%로 상향했다.
나아가 기존 상호관세보다 강도 높은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한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연방대법원 판결이 IEEPA 기반 상호관세만 무효화시킨 만큼, 다른 법령을 근거로 한 관세 효력에는 영향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대법원 판단 이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한 불공정 무역 조사에 나섰다. 한국에선 지난해부터 의약품을 비롯한 9개 품목의 불공정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무역확장법 232조로 인해 오는 9월까지 최소 7개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하자 국내 바이오기업들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달부터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에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들어간다. 일라이 릴리에서 인수한 생산시설로 원료의약품(DS) 기준 6만6000ℓ 생산능력(캐파)을 갖췄다. 추가 투자로 2030년까지 13만2000ℓ로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현지에 2년 치 공급 물량도 확보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선제적인 재고 물량 확보와 미국 현지 생산공장 가동 등 중장기 대책까지 완벽히 마련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어떤 관세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없게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수 완료 작업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12월 사들인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공장의 인수 절차를 다음 달까지 마무리하고, 완료 직후부터 현지 생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 공장의 현재 생산능력은 6만ℓ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만~4만ℓ 증설을 검토 중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업체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정부도 관련 업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필요한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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