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과 기준금리 결정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인 가계부채·부동산·환율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종료(4월 20일)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금융통화위원회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차기 체제의 궤적을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가계부채·고환율 ‘삼중고’…2월 금통위 동결 ‘유력’
한은은 26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융시장에서는 현행 연 2.50%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가계부채, 부동산, 환율 등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주요 변수들이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실제 거시 지표는 통화 완화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계신용은 1978조원으로 2002년 통계 공표 이래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역시 전년 대비 13.5% 뛰어오르며 2021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1440원대에서 등락하며 고환율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삼중 압박’ 속에서 한은의 운신 폭은 극히 제한적이다.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에는 금융안정을 해칠 위험이 크고, 반대로 올리기에는 내수 등 경기 회복세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 역시 이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한은이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한 것으로 해석한다”며 “부동산 과열과 경기 회복, 고환율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시장의 팍팍한 여건을 정확히 짚어낸 대목이다.
◇1.8% → 2.0%? 수정 경제전망 쏠린 눈…상향 땐 인하 멀어져
시장의 관심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함께 발표될 성장률 수정 폭으로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눈높이를 1.9~2.0% 수준으로의 상향 조정을 점쳤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 정부는 2.0%를 제시했으며, 외국계인 노무라증권은 2.3%까지 내다보고 있다.
만약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끌어올리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을 공식화하면서 동시에 금리를 낮추는 이례적인 선택은 시장에 정책 신호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급한 완화 신호는 간신히 잡아둔 부동산과 환율 시장을 재차 자극할 수 있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성장 경로가 상향 조정된다면 금리 인하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지표 개선이 오히려 통화정책 전환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D-54’ 이창용호, 차기 체제 향한 ‘마지막 가이드라인’
이번 2월 금통위가 갖는 또 다른 무거운 의미는 ‘타이밍’에 있다. 오는 4월 20일 퇴임하는 이창용 총재 체제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굵직한 정책 노선을 제시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며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면, 이러한 흐름은 차기 총재 체제 초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대로 내수 부진 등 경기 둔화 우려를 강하게 피력한다면, 정책 전환의 공은 자연스럽게 다음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 경제전망이 향후 수개월간의 한국 통화정책을 가를 중대 분기점인 셈이다.
결국 이 총재의 입에서 나올 ‘메시지’가 향방을 가를 핵심이다. 최근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과 일본의 확장 재정 기조 등 대외 변수가 맞물리며 글로벌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한은이 성장세에 대한 자신감과 금융안정 우려 사이에서 어떤 톤의 발언을 택하느냐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와 환율은 즉각적으로 반응할 전망이다.
2월 금통위는 단순한 금리 조정 자리를 넘어, 올해 통화정책의 밑그림을 확정하는 자리다. 금리 동결은 이미 상수가 됐다. 이제 시장의 눈은 한은이 그려낼 ‘성장률 궤적’과 이창용 총재의 '마지막 입'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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