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유통업계가 인건비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전면 도입한 ‘무인 계산대’ 도난과 분실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도입된 무인화가 ‘로스’ 증가, 소비자 불편, 현장 병목 현상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으며 ‘효율’의 역설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오프라인 매장들은 인건비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부담 속에서 무인 계산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히 생활잡화·뷰티 제품을 중심으로 한 균일가 매장과 대형마트, H&B 스토어 등이 셀프 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며 ‘운영 인력 최소화’ 전략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부피가 작고 단가가 비교적 높은 화장품·생활잡화 제품군에서 결제 누락과 고의적 절취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현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매장은 손실(Loss)을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인기 상품을 계산대 뒤편에 별도로 진열하거나 직원이 직접 꺼내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도난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집어 들고 비교·체험하는 과정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기본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대응은 또 다른 비효율을 낳고 있다. 무인 계산대는 ‘속도’와 ‘편의성’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인기 상품 구매를 위해 직원을 호출해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결제 동선이 복잡해지고 대기 시간이 늘어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결제 오류나 인증 절차까지 겹칠 경우 체감 불편은 더욱 커진다. 결과적으로 인력 절감 취지와 달리 직원이 상품 전달과 결제 보조를 병행하게 되면서 유인 계산 업무 부담까지 가중되는 구조적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의 고충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처럼 작은 부피의 물건들이 특히 로스가 심해 어쩔 수 없이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며 “인기 제품은 직원이 직접 계산을 도와주지만 상품 수가 워낙 많아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했다.
특히 노후 매장의 경우 CCTV 사각지대나 통합 재고관리 시스템이 미흡해 도난 대응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도 지적된다. 보안·재고 시스템 고도화 없이 계산 인력만 줄이는 방식으로 무인화를 확대할 경우 손실 관리 역량은 뒷받침되지 못한 채 리스크만 키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저가·균일가 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매장은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다이소처럼 낮은 가격을 기반으로 다량 구매가 이뤄지는 매장의 경우 결제 누락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로스가 누적될 경우 수익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일부 매장에서는 특정 품목의 분실률이 높아지면서 진열 방식을 변경하거나 계산대 판매 비중을 확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이 소비자 경험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제품을 자유롭게 집어 들고 즉시 결제하는 대신 직원 호출과 대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쇼핑 동선은 복잡해지고 체류 시간은 길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감시받는 듯한 정서적 부담까지 더해져 ‘편리함’ 대신 ‘불편’을 체감하게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무인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설계 방식의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무인화의 목적이 인력 축소에 머물 경우 도난 증가와 고객 경험 저하라는 이중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장품과 생활잡화처럼 소형·고회전 상품군이 중심인 매장은 무인화 도입과 함께 보안 시스템, 재고 관리 체계, 매장 동선 설계를 병행해 고도화하지 않으면 기대한 효율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계산 인력만 줄이는 방식으로는 손실 관리와 소비자 편의 모두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효율성에 치우친 무인화 전략이 장기적으로 매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 오히려 소비자 체류 경험을 떨어뜨릴 경우, 재방문 의지와 충성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의 매력은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비교하며 즉각적으로 구매하는 경험에 있다”며 “무인화가 그 경험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매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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