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KBO리그에서 한 단 번도 나오지 않았던 숫자들을 간판타자 노시환(26)에게 안겼다. 구단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계약이었다.
한화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시환과 계약 기간 11년(2027~2037) 총액 307억원(옵션 포함) 비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했다. 이는 FA·비FA 다년 계약을 합쳐 역대 최장기간이자 최대 규모 계약"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팀·선수 옵션 없이 종전 최장 계약은 메이저리거였던 류현진이 2024년 2월 한화로 돌아오며 했던 8년이었다. 총액 기준으로도 이 계약 170억원이 가장9년도 많았다.
노시환은 내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도 4번 타자가 유력한 한국 프로야구 대표 신진 거포다. 2023년 31홈런, 2025년 32홈런을 때려냈다. 이글스 구단 역사에서도 장종훈·김태균(이상 은퇴)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대표 타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계약을 보는 시선은 갈린다. 올해 스물여섯 살인 노시환이 과연 30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FA 계약은 4~6년으로 이뤄진다. 선수의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어 기량이 저하되는 현상)을 변수로 삼고 일종의 '안정 장치'를 두는 것이다.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최정(SSG 랜더스) 등 30대 중반 이후에도 '거포' 면모를 잃지 않고 몇 차례 FA 계약을 끌어낸 타자도 있었지만, 이들도 항상 계약 기간을 두고 구단과 줄다리기를 했을 만큼 민감한 문제가 바로 기간이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WBC 대표팀 2차 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노시환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총액보다 11년이라는 기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물론 총액도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200억대 조차 없었던 한국 야구에 '단일' 계약 300억원 시대가 열렸다. 최근 3년 사이 야구 콘텐츠 파워가 크게 강해졌고, 산업화 규모도 훨씬 커진 덕분에 선수 몸값도 당연히 높아졌다. 이번 노시환 계약의 기간과 총액은 선수의 순수 기량이나 미래 가치에 이런 외부 요인도 작용한 것 같다. 이런 점을 고려해도 분명 엄청난 규모다.
한화가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에 얼마나 진심인지 할 수 있었던 계약이다. 기량 저하라는 리스크를 안게 되더라도, 드래프트에서 직접 뽑은 노시환을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화는 그동안 외부 FA 선수 영입에 인색한 팀이 아니었다. 심지어 사령탑도 당대 대표 명장들을 차례로 선임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한화가 다시 비상하는 날갯짓을 시작한 건 '대들보' 역할을 할 수 있는 류현진과 다시 동행한 2024년 이후다. 팀 역사를 대표하는 투수이자, 역대 한국인 중 빅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남긴 '리빙 레전드'를 영입해 젊은 선수들의 리더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실제로 투수진에서는 류현진의 존재감이 매우 컸다. 한화팬들도 돌아온 에이스를 향해 무한 응원을 보냈다. 신구장 시대에 딱 맞는 행보였다.
노시환과 다년 계약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프랜차이즈 선수를 팀 재건과 정상 등극을 이끄는 리더로 세우려 한다. 이로 인해 문동주·문현빈·김서현 등 다른 투·타 젊은 주축 선수들에게도 자극과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다. '나도 한화에서 프로야구를 흔들 역대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라는 희망 회로가 작동할 것이라는 얘기다.
노시환을 향후 10년 팀을 이끌 기둥으로 삼으려는 한화의 의지도 전해진다. 이제 그는 올겨울 한화 외부에서 영입한 FA 선수 강백호(4년 100억원)뿐 아니라 류현진보다 더 많은 몸값을 받는 선수가 됐다.
연봉이 곧 가치인 프로의 세계. 한화 프런트는 팀이 더 높은 위치로 가는데 노시환을 가장 중요한 선수로 봤다. 선수 생활 지속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 30대 후반 또는 40대 선수도 많지만, 그렇다고 20대 중반 노시환이 팀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11년 307억원 대형 계약은 이제 한화가 노시환을 중심으로 비행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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