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929년 금주법 시대의 재즈 선율이 2026년 겨울 서울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쇼뮤지컬 '슈가'가 지난 22일 한전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서울 시즌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한국 초연이라는 타이틀로 출발한 이번 공연은 개막 직후부터 관객 사이에서 빠르게 회자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작품의 출발점은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Some Like It Hot'이다. 국내에는 ‘뜨거운 것이 좋아’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영화는 20세기 할리우드 코미디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American Film Institute'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코미디 영화’ 1위에 오른 바 있다. 뮤지컬 '슈가'는 이 고전을 무대로 옮기면서도 단순한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원작의 대담한 유머와 젠더에 대한 문제의식을 유지하되, 동시대 관객의 감수성에 맞게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사는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갱단의 범죄를 우연히 목격한 두 재즈 연주자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여성 밴드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코믹한 설정 속에서도 인물의 선택과 감정의 변화를 촘촘히 따라간다. 특히 여장이라는 장치는 단순한 웃음 코드가 아니라, 정체성과 욕망을 탐색하는 드라마적 장치로 확장된다.
무대는 ‘쇼뮤지컬’이라는 장르적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라이브 밴드가 만들어내는 생생한 사운드는 객석과 무대를 긴밀히 연결하고, 탭댄스와 군무는 장면마다 리듬의 고조를 이끈다. 조명과 세트 전환은 레트로 감성을 세련되게 복원하며, 20세기 초 미국의 화려한 재즈 클럽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쾌감을 완성한다. 영화적 컷 전환을 연상시키는 빠른 장면 구성 또한 관객의 몰입을 배가시킨다.
배우들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슈가’, ‘조(조세핀)’, ‘제리(다프네)’를 맡은 배우들은 각기 다른 결의 해석으로 캐릭터를 재창조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안정적인 연기, 그리고 앙상블 간의 호흡은 회차마다 다른 온도의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성별을 넘나드는 설정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설득해낸 점은 이번 시즌이 남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슈가'는 고전 코미디의 유산 위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웃음과 메시지를 균형 있게 담아낸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편견과 경계를 가볍게 비트는 유머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동시대적 공감을 확장하는 힘으로 작동했다.
서울에서의 성공적인 여정을 마친 '슈가'는 이제 지방 투어로 관객과 만난다. 3월 27일부터 28일까지는 청주 예술의전당 대극장, 4월 10일부터 11일까지는 부산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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