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탄생" 선대 능가하는 성과 선전…빨치산 2세 최룡해도 퇴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9차 대회를 계기로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자적 업적을 기반으로 한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선대보다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는 식의 선전이 등장하는가 하면, 집권 초부터 그를 지원했던 원로그룹이 물러나고 '김정은 사람'으로 물갈이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북한 매체가 23일 보도한 리일환 당 비서의 김정은 총비서 추대 제의서에는 "반만년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그리고 해방 후 75년과도 뚜렷이 구별되는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고 하나의 새로운 시대를 탄생"시켰다고 8차 당대회 이후 지난 5년간의 업적을 평가하는 대목이 담겼다.
그는 "건국 이래 70여년, 근 80년에 달하는 기간 해내지 못한 매우 어렵고 방대한 과제"를 추진했으며, "수십 년 세월 지속되어 온 불균형적이며 비전형적인 질곡과 세기적인 낙후성이 청산되기 시작했다"고도 언급했다.
모두 선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완수하지 못했던 과업을 김정은 위원장은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식의 얘기다.
선대 수령의 유훈 계승을 정통성의 핵심으로 내세워 온 북한의 전통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9차 당대회를 분기점으로 선대와 구별되는 '김정은 시대'의 자체적 업적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지표는 변함이 없지만 그 맥락에서 선대보다 더 웅대한 목표 달성을 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 위원장의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조목조목 나열한 리 비서의 '제의서'는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 당시의 '추대사'보다 분량이 약 3배 많다.
특히 핵무력 건설을 통한 억제력 보유가 자신감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리 비서는 이를 두고 "두 제국주의를 타승한 지난 세기를 능가하는 역사적인 승리"라며 핵을 대가로 경제 개선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결단으로 '동란의 시대'에도 안전을 지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당대회를 계기로 본인 주도의 '핵 보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며 "김정은 시대의 2.0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국가정보원의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김정은 시대'로의 전환 추구 움직임은 당대회를 계기로 이뤄진 노동당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빨치산 2세'의 대표 인사이자 정권 '2인자'급 대우를 받아온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퇴진은 상징적이다. 최룡해 외에도 군부의 대표적 원로인 박정천 당 비서와 리병철 당 군수정책담당 총고문, 또 다른 빨치산 2세인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이 당 중앙위원에서 빠졌다.
임을출 교수는 "(최룡해는) 김정은 집권 초기 체제 안정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며 "그의 누락은 이제 김정은이 '선대의 후광'이나 '빨치산 원로들의 지지' 없이도 홀로서기가 가능해졌음을 선포하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의 상당 부분을 자신과 뜻을 함께할 신진 인사로 채운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노동당 인사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중앙위원 138명 내로 직행한 인사가 51명이라며 이들은 파격 발탁된 '김정은 세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 당 규약을 개정, 김정은이 2022년 제시한 당 지도 이념인 '새시대 5대 당건설 노선'을 '항구적인 당 건설 노선'으로 명문화하기도 했다.
이밖에 당대회 연설자들이 '김정은 배지(초상휘장)'를 달고 나온 사실이나 김정은 위원장이 7, 8차 당대회 때와 달리 개회사 서두에 김일성과 김정일에게 '가장 숭고한 경의와 최대의 영광'을 표하지 않은 점 등도 독자적 위상을 강화하는 조짐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남은 당대회 일정을 통해 '김정은 시대'를 각인하는 또 다른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
홍 연구위원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상징적으로 저변에 깔고 가겠지만, 김정은 시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비전, 사상, 강령, 운동 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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