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피터 초상' 출간…소설로 풀어낸 이상의 삶과 문학
벗이었던 구본웅 화자로 내세워…금홍과의 관계 등 재해석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일반 독자들이 이상이라고 하는 특이한 존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뭘까. 좀 쉬운 말로 이상 평전을 써봐야겠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제가 낸 책 '이상 연구'를 그대로 따라가더라고요.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스타일로 접근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상 문학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피터 초상 : 소설체로 쓴 이상의 삶과 문학 이야기'(폭스코너)를 펴냈다.
권 명예교수는 23일 서울 종로의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책의 집필 과정과 배경 등을 설명했다.
희대의 천재 예술가였던 이상(본명 김해경·1910∼1937). 한국 문학사에서 그만큼 문제적인 작가도 드물다.
생애는 짧았지만 업적은 컸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후대의 문학과 예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간 탓에 당대 독자의 외면을 당했고, '오감도' 연작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미친놈'이라고 불렀다.
원전의 불확실성, 작품 해석의 자의성, 개인 삶의 신비화도 이상의 참모습을 가리는 요소가 됐다.
이런 가운데 이상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주피터 초상'은 그런 이상의 진짜 얼굴을 그려내려는 시도다.
권 교수가 소설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신작에 대해 "시기별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다 사실이지만 그 사이사이 비어있는 내용들은 허구로 채웠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상이 겪은 결핍, 억압, 금제(禁制)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빈칸을 채워갔다고 덧붙였다.
소설은 이상의 벗이었던 서양화가 구본웅(1906∼1953)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권 교수는 이상의 연보에 기록되지 않은 삶의 빈칸을 메우고 삶에 경험적 구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구본웅을 택했다.
그는 "소학교부터 이상이 죽기 직전까지 같이 있었던 인물이 구본웅이었고 그가 이상을 가장 가까이서 증언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상의 고뇌와 선택의 과정에 늘 구본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구본웅과 이상의 우정을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을 꿈꾼 모더니스트 이상의 삶과 문학을 오롯이 담아냈다.
큰아버지의 억압으로 미술을 포기하게 되고, 결핵이 악화해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고, 독자의 외면을 받고 낙심한 이상의 인간적 면모를 세밀하게 포착했다.
또 금홍과의 아름답고도 처절한 연애사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권 교수는 "이상이 금홍이라는 기생을 만나게 됐을 때 사람들은 이상을 형편없는 데카당스한 청년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주 숫된 총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홍이 기생이란 이유로 이상과 금홍을 아주 퇴폐적이고 성적인 일탈의 관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인식이 작품 해석에도 오해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이상이 한 여인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금홍도 그것을 진실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이상이 잡된 인물이 아니라 순정한 청년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을 통해 '박제가 된 천재'가 아닌 다양한 표정을 지닌 살아 숨 쉬는 한 인간으로서의 이상을 만날 수 있다.
또 곡절 많은 이상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난해하다고 알려진 그의 작품의 숨은 비밀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온다.
이상의 삶과 사랑, 문학과 예술을 총망라해 담아낸 만년의 역작이라고 할만하다.
권 교수는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 이상의 죽음에 관한 공식적인 기록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면서 그의 죽음을 구전으로만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권 교수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하버드대 객원교수, 캘리포니아 버클리 한국문학 초빙교수, 도쿄대 한국문학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2023년부터 중국 산동대 외국인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역사적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앞장섰으며 특히 이상 연구에 몰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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