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시시각각 바쁘게 움직이는 서울에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들이 있습니다. 재개발이 추진되다 중단됐거나 정비구역으로만 지정된 채 아무 일도 생겨나지 않는 곳들입니다. 그 중 몇몇 곳은 빈집만이 남아 황량함까지 감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주조차 하지 못한 채 남겨진 주민들입니다. 부서지고 노후 된 빈집들 틈에서 하루하루를 처절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폐허나 다름없는 마을들과 그곳에서 사는 주민들의 상황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서대문구]
서대문구의 한 마을입니다. 2005년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사업은 20년 가까이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멈춰 있습니다. 그 사이 마을의 절반 가량은 빈집으로 남았습니다. 골목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오래된 건물 외벽도 크게 낡아 있습니다. 부서진 출입구는 그대로 방치돼 있고 나무 덩굴은 사용하지 않는 전봇대를 타고 전선 가까이까지 뻗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아직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언제 재개발 사업이 다시 시작될지, 마을이 어떻게 바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불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높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풍경과 이곳의 상황은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마을 주민 인터뷰)
"많이 안 살죠."
"여기 사람들 한 60년. (산 사람들)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
(서대문구청 관계자)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 설립해야 되는데 아직 동의서 받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주 시점과 방식은) 현 단계에서 논의되기는 아직 조금 이른 상황이고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쯤 갔을 때 이주대책 같은 걸 수립하면서 논의할 예정입니다."
"생활불편, 현재 살고 계신 분들이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특이사항으로 지원 사항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음으로 인한 지원사항은 따로 없습니다."
[종로구]
종로구의 한 마을입니다. 이곳은 폐기물 처리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부 주택에는 가스와 전선이 끊겨 있고 마당에는 마른 풀과 건초가 흩어져 있습니다. 마을은 높은 절벽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과거 낙석 사고를 알리는 주의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도가 높아 비나 눈이 올 땐 차량 이동조차 어려워 보입니다. 중간에 인도가 끊긴 구간도 있어 밤이 되면 차도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변 조명도 많지 않아 해가 지면 마을은 거의 어둠 속에 놓입니다. 지자체가 이곳 일대를 폐기물 처리장 용도로 관리하고 있다 보니 주거 환경 개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인터뷰)
"깜깜하니까 그래요. 저기서(옆 쓰레기장) 작업하면서 비치는 불 갖고 여기나 좀 비춰지지 몇 사람 안 돼 지금 실거주가. 이렇게 된 데는 없죠. 서울에 시내에서 이렇게 (물이) 세고. (물 새는 거 불편하진 않은지?) 뭐 그냥 그래요. 물 자꾸 내려앉고 그러니까 사는 게. 그냥 사는 날까지 사는 거죠. 아니면 또 아프거나 죽거나 하여튼 그래요. (구청이나 시청에서 주거환경 관련한 조치가 이뤄졌는지?) 아직은 뭐 별 말이 없으니까 모르겠어요."
[노원구]
지하철 4호선 불암산역(구. 당고개) 인근의 한 마을입니다. 이곳은 1960년대 철거민 이주 정착지로 형성된 대표적인 달동네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때 이곳의 재개발 논의가 있긴 했으나 사업성 문제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 사이 마을은 점점 노후화됐고 남아 있는 주민들의 고통은 커지는 상황입니다. 우편물이 가득 쌓인 집들이 여럿 있고 골목은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비좁고 울퉁불퉁합니다. 비를 막기 위해 지붕 위를 천막으로 덮고 돌을 쌓아 둔 주택도 여럿 보입니다. 이런 임시방편이 강풍이나 폭우에 견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을 주민 인터뷰)
"(재개발 말 나온 게) 10년. 주민이 돼 봤어야 그 사람들이 (입장) 이야기를 하지. 주민들 의견을 넓혀야 하는데 여기가 지금 완전히 갇혀버렸어요."
(노원구청 관계자)
"주거환경개선 사업 중에서 지금 여기가 정비 계획 중인데 변경을 하기 위해서 사업성 평가 용역을 시행 중에 있습니다. 우선은 사업성 평가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요. 용역 결과에 따라서 이 사업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거예요. 용역 결과가 나와야 (재개발 여부를)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클로징]
서울은 매 년 수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대한민국의 대표 도시입니다. 최첨단 시설과 화려한 건물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변화의 뒤쳐진 채 방치되고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곳들이 즐비합니다.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주민들은 이제는 불편함 조차 익숙해진 모습입니다. 이런 슬픈 현실을 하루 빨리 바꿀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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