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 몸을 지키는 3단계 방위시스템
면역계에는 3단계의 방어선이 있다. 1차 방어선은 피부와 점막이다. 점막은 구강이나 코, 위, 장 등 몸의 내강을 감싸는 피부막을 말한다. 1차 방어선인 피부와 점막은 세균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계적으로 막는 역할을 한다.
2차 방어선은 결사대처럼 목숨을 걸고 세균의 침입을 저지하는 시스템으로, 백혈구나 대식세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죽은 2차 방어대가 모인 곳이 바로 고름이다. 고름에는 죽은 백혈구나 대식세포 등이 박테리아와 섞여 있다. 이 경우는 국지전으로 적을 물리친 것에 해당한다.
2차 방어선이 뚫리면 세균이 몸 전체로 퍼져 증세가 심각해진다. 이때는 3차 방어선인 면역세포와 항체가 우리 몸을 지킨다. 3차 방어선을 담당하는 면역반응은 상당히 복잡하다.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T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B세포다.
T세포는 백혈구나 대식세포처럼 세균과 직접 싸우고, B세포는 면역 항체를 만들어 세균과 싸우게 한다. 대개의 감염성질환은 이 세 단계에서 차단되지만 3차 방어선까지 무너지면 전신으로 염증이 퍼진다. 대표적인 전신 염증 반응이 패혈증이다. 패혈증은 혈액이 모두 세균에 감염된 상태다. 즉시 항생제나 항체를 투여하지 않거나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을 경우 대개 사망하게 된다.
◇ 위험한 면역, 장기이식과 에이즈
외부의 침입에서 우리를 지키는 면역반응은 항상 이롭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면역반응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장기이식의 경우가 그렇다. 면역계는 외부에서 들어온 것은 무조건 공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조직인 장기도 공격의 대상이 된다. 이런 것을 면역 거부반응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장기이식을 할 때는 조직 항원성, 즉 우리 몸이 남의 것으로 보고 공격하려는 성향이 덜한 조직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그래도 인체의 면역반응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이식을 한 다음에는 반드시 면역 거부반응을 줄여주는 면역 억제제를 투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식된 새 장기가 면역계에 공격받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역반응이 억제됐다는 말은 곧 세균과 바이러스 등 항원에 대한 반응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감염성질환이다. 그중에서도 감기가 가장 무섭다.
한편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이라도 췌장 등에서 분비된 효소에 의해 소화되어 위와 십이지장,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은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소장도 실수하기 때문에 이상한 구조의 물질이 흡수될 때가 있다. 이 경우에는 바로 거부반응이 나타난다. 상하거나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그런 경우다.
정상인에게서는 볼 수 없지만 드물게 자신의 조직세포에 항원성을 나타내어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이 있다. 제 것을 남의 것으로 인식하여 자기 조직을 파괴하는, 치료가 아주 어려운 질병이다. 이 경우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 말고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류머티즘, 전신 홍반성낭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군과 적군을 잘 구별하지 못하면 적군이 쉽게 침입해 들어온다. 그런 경우가 바로 면역결핍증이다.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인데 이는 선천적으로 그런 경우도 있고, 후천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후천성 면역결핍증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HIV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에이즈(AIDS)다. 다행히 에이즈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서 현재는 꽤 오랫동안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상태까지 왔다.
◇ 현대인의 최대 관심사, 알레르기와 아토피
면역 기능이 떨어진 것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면역력이 과민해도 문제가 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레르기다. 꽃가루 알레르기, 먼지 알레르기 등 다양한 알레르기가 있다. 이 질환은 모두 면역반응이 정상보다 더 예민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알레르기 반응에는 증상이 즉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천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꽃가루 날리는 봄철에 흔히 발생하는 화분증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화분증 발생이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에 거주하는데 도시에는 꽃가루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화분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다.
이 밖에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많이 알려진 것이 진드기다. 진드기는 침대, 이불, 베개 할 것 없이 집안 곳곳에 있다. 아무리 세탁을 자주 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해도 진드기를 피할 수는 없다. 불편해도 같이 사는 수밖에 없다.
해바라기, 나팔꽃, 백합 등 다양한 식물의 꽃가루 등 요즘은 어떤 인자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원인을 찾는 검사를 많이 한다. 이를 통해 원인 물질을 찾고 알레르기를 완전히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인을 못 찾거나 찾아도 치료가 어려울 때는 불편하더라도 알레르기와 더불어 사는 수밖에 없다.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 아토피다. 예전에는 없던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과민반응이 일어난 거다. 아토피는 피부 반응, 호흡기 반응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런 병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기관지에 심한 경련이 일어 숨을 내쉬기 힘들어지는 병인 기관지 천식도 증가하는 추세다. 심하면 호흡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다. 기관지 천식 역시 아토피와 마찬가지로 합성 화학물질과 공해 물질 때문에 생긴다.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기관지천식 때문에 거의 평생을 밖에 나가지 못하고 방에서만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오염 물질이 밖이 아니라 방에 있다. 새집증후군 같은 병도 있다. 더 이상 어디도 안전하지 않게 돼버렸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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