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공기가 매섭게 내려앉으면 집 안에서 고기 굽는 날이 잦아진다. 창문을 꼭 닫은 채 프라이팬을 올리고, 오븐에 통삼겹을 넣는다. 김이 오르는 불판 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구가 쿠킹호일이다. 습관처럼 한 장을 뜯어 펼치지만 손이 잠시 멈춘다. 반짝이는 면을 위로 둬야 할지, 은은한 면을 음식 쪽에 닿게 해야 할지 고민이 생긴다. 겉보기 차이가 분명해 보여 방향에 따라 맛이나 익힘 정도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결론부터 말하면 쿠킹호일에는 공식적인 앞뒤 구분이 없다. 눈에 보이는 광택 차이는 성능 차이가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 생긴 결과다. 방향을 바꾼다고 해서 열 전달 능력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상황에 따라 체감되는 작은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먼저 광택이 왜 다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뒤 구분 고민은 이제 그만, 광택은 제조 공정의 흔적
쿠킹호일은 알루미늄을 매우 얇게 압연해 만든다. 마지막 단계에서 두 장을 겹쳐 한 번에 밀어내듯 압연하는데, 이때 롤러에 직접 닿은 면은 매끈해지고 안쪽에서 서로 맞닿은 면은 상대적으로 무광에 가깝게 남는다. 광택 차이는 이 과정에서 생긴다. 코팅을 달리하거나 성분을 다르게 넣어서 생긴 차이가 아니다.
알루미늄은 열전도율이 높은 금속이다. 구리 다음으로 열을 빠르게 전달하는 소재로 알려져 있다. 두께가 얇을수록 열은 빠르게 오간다. 오븐에서 고기를 감싸면 겉면이 급격히 마르는 속도를 늦춰 내부 수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생선을 싸서 구우면 기름 튐이 줄고, 조리 중 퍼지는 냄새도 어느 정도 잡힌다. 남은 음식을 덮어 보관하면 공기 접촉이 줄어 산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런 기본 기능은 유광 면이든 무광 면이든 차이가 없다.
무광 면을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미세한 요철이 남아 있다. 유광 면은 상대적으로 매끈하다. 빛 반사가 달라 보여 차이가 커 보일 뿐, 일반 가정용 오븐이나 가스레인지 환경에서 열 흡수율 차이는 거의 느끼기 어렵다. 실제로 조리 온도 180~200도 범위에서는 방향에 따른 내부 온도 편차가 크지 않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결국 익힘 정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면의 방향보다 온도 설정과 조리 시간, 재료 두께에 가깝다.
요리 효율을 높이는 방향 선택,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방향은 완전히 무의미할까. 절대적인 차이는 없지만 조리 목적에 따라 선택 기준은 있다. 겉면이 빠르게 타는 상황을 늦추고 싶다면 유광 면을 열원 쪽으로 두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매끈한 표면이 복사열 일부를 반사해 표면 온도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석쇠 위에서 양념 고기를 구울 때 가장자리부터 색이 짙어지는 현상을 조금 늦출 수 있다. 설탕이나 간장이 들어간 양념은 당 성분이 먼저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런 배치가 도움이 된다.
반대로 음식이 달라붙는 점이 신경 쓰인다면 무광 면을 음식 쪽으로 두는 방법이 있다. 미세한 요철이 접촉 면적을 약간 줄여 들러붙는 정도를 완화한다. 생선 껍질을 그대로 올려 굽거나, 치즈처럼 녹으며 퍼지는 재료를 다룰 때 참고할 수 있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름을 살짝 바르거나 종이호일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기억할 점은 두께다. 시중에는 일반형과 두꺼운 타입이 함께 판매된다. 두꺼운 제품은 찢어짐이 적고 직화에 닿아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얇은 제품은 열에 쉽게 변형되므로 숯불 위에 직접 올리는 방식에는 적합하지 않다. 방향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두께와 사용 환경이라는 뜻이다.
안전성 오해와 반드시 피해야 할 사용법
무광 면에 납이 코팅됐다는 소문이 돌지만 사실과 다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쿠킹호일은 대부분 순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며, 별도의 중금속을 입히는 공정은 없다. 고온에서 조리할 경우 알루미늄이 미량 용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조리 환경에서 체내 흡수율은 0.3% 미만으로 보고된다. 흡수되지 않은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일상적인 사용 범위 안에서는 과도한 축적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조건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 알루미늄은 산성과 염분에 민감하다. 토마토소스나 레몬, 식초처럼 산도가 높은 음식은 금속과 반응하기 쉽다. 김치와 장아찌처럼 소금기가 강한 반찬도 마찬가지다. 이런 음식과 장시간 맞닿아 있으면 알루미늄 이온 용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전자레인지 사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금속은 전자파를 반사하는 성질이 있다. 조리 중 내부에서 전자파가 튕기며 스파크가 생길 수 있다. 구겨진 부분이나 날카로운 모서리에는 전하가 집중돼 불꽃이 튀기 쉽다. 화재 위험은 물론 기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자레인지에는 넣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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