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해군에 원해경비함(OPV) 1번함을 예정보다 약 5개월 앞당겨 인도한 것은 단순한 일정 단축을 넘어, 한국 방산 조선업의 '납기 신뢰도'를 대외적으로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함정 사업에서 납기는 곧 전력화 시점과 직결되며, 이는 수입국의 해상 안보 공백 최소화와 직결된다. 이번 조기 인도는 필리핀 해군이 추진 중인 현대화 프로그램의 속도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6척 규모로 진행 중인 OPV 사업의 첫 함정이 계획보다 앞서 인도되면서, 후속 함정 건조 일정에 대한 신뢰도 역시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효과를 낳게 됐다.
이번에 인도된 '라자술라이만'함은 대잠수함 작전을 위한 음향 탐지 장비를 탑재하고, 임무에 따라 장비를 교체·확장할 수 있는 미션 모듈 공간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 해상 순찰을 넘어 해양 감시, 해양 안보, 군사 작전까지 폭넓은 임무 수행을 염두에 둔 설계로, 동남아 해역의 복합 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다목적 운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확보함으로써 필리핀 해군은 제한된 예산 범위 안에서 작전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출 함정이 단순 '플랫폼 판매'를 넘어, 수입국의 전략 환경에 맞춘 맞춤형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기 인도와 함께 주목할 부분은 운용 안정성 확보를 위한 사전 훈련 지원이다. HD현대중공업은 대한민국 해군의 협조 아래 인도 전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필리핀 해군이 함정을 인수한 직후부터 원활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는 하드웨어 공급에 그치지 않고 운용 역량까지 포함하는 '패키지형 방산 수출' 모델로, 향후 추가 사업 수주 경쟁에서도 중요한 강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 건조 능력뿐 아니라 교육·훈련·후속 지원 체계를 갖춘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16년 이후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호위함과 OPV 등 총 12척을 수주하며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왔다. 첫 번째 호위함을 납기보다 앞서 인도한 데 이어 다수의 함정을 조기 공급해온 이력은 '지속적 신뢰 축적'이라는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산 수출에서 한 번 형성된 신뢰는 후속 발주와 추가 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OPV 조기 인도는 단발성 성과를 넘어 장기적 시장 확대의 교두보로 해석된다.
글로벌 해군 현대화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납기 준수와 기술력, 운용 지원 역량을 동시에 입증한 사례는 수출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된다. 이번 인도는 한국 조선 방산 산업이 기술력뿐 아니라 일정 관리 능력과 사업 수행 역량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향후 동남아는 물론 중동·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 해군의 전력 공백을 앞당겨 해소했다는 점에서, HD현대중공업의 이번 성과는 기업 차원을 넘어 한국 방산 산업 전체의 신뢰 자산을 확장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