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상이 0과 1로 치환된 2026년 대한민국. 역설적이게도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들 사이에서 '아날로그 회귀' 현상이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초지능 AI가 비서 역할을 자처하고 모든 협업이 클라우드상에서 이뤄지는 시대지만, 정작 성공한 창업가들은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종이와 펜을 찾는 '로우테크(Low-Tech)'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 "알림 꺼야 생각이 산다"… 디지털 디톡스 선언한 테헤란로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공유오피스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최신형 태블릿 PC 대신 두툼한 종이 다이어리와 묵직한 만년필을 꺼내 든 대표들이 늘어난 것이다. AI가 최적의 일정을 짜주고 회의록을 자동 생성해 주지만, 핵심 의사결정만큼은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가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디지털 기기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알림은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소음일 뿐"이라며 "창의적 발상은 결국 고요함 속에서 나온다는 판단에 하루 2시간은 무조건 모든 기기를 차단하고 종이 위에 아이디어를 구상한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히 쉬는 행위가 아니라,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생산성 전략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느린 도구'를 선택한 셈이다.
◇ 온라인 툴이 채울 수 없는 '0.1mm의 표정'… 오프라인 커뮤니티 귀환
협업 툴과 화상 회의 시스템이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오프라인 미팅의 희소성은 오히려 치솟고 있다. 모니터 너머로는 포착하기 힘든 상대방의 미세한 근육 떨림이나 현장의 분위기가 투자 유치나 대규모 파트너십 체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창업가 프라이빗 살롱' 모임은 전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깊은 신뢰를 구축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효율성만을 강조하던 디지털 소통 방식이 줄 수 없는 '인간적 유대감'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자산으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 효율과 본질 사이의 균형… 로우테크는 생존 전략인가, 복고 열풍인가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두고 "디지털 피로도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한다. 동시에 로우테크 열풍이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누구나 AI를 활용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직관'과 '심도 있는 사유'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자칫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깊이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2026년 창업가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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