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아줘’ 메시지 한 통도 불륜?…판례가 정의한 정서적 교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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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아줘’ 메시지 한 통도 불륜?…판례가 정의한 정서적 교감은

경기일보 2026-02-23 12:29: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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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혼인 관계에서의 부정행위, 흔히 말하는 불륜이라 하면 반드시 육체적인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실제로 만나지 않고 연락만 주고받았다면 법적 책임이 없으리라 여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다르다. 우리 대법원은 이혼 및 위자료 청구의 원인이 되는 부정한 행위에 대해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않으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성관계가 없었더라도 부부간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동을 했다면 이는 정조의무 위반으로 법적으로 부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수행했던 사건에서도 이같은 법원의 태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의뢰인 A씨는 우연히 자신의 배우자가 지인 관계에 있던 B씨와 나눈 메시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배우자가 B씨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불만과 힘듦을 토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눈 듯 보였다. 특히 두 사람은 구체적인 만남도 계획했는데, 이 과정에서 배우자는 ‘만나면 안아달라’고 말했고 B씨 역시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상간자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실제로 만난 적이 없고 친구로서 고민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B씨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육체적 만남이 없었더라도 배우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 이성적인 감정을 교류했고, 배우자를 비난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쌓은 행위 자체가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행위까지를 부정행위로 인정할까? 판례에 따르면 그 범위는 상당히 포괄적이다. 성관계 여부를 떠나 '자기야', '여보' 같은 애칭을 사용하거나 '보고싶다', '사랑해'와 같은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주고 받는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다. 나아가 육체적 접촉이 없었더라도 '안아줘'와 같은 정서적 교감이 담긴 대화나 구체적인 만남을 계획하는 행위 또한 부정행위의 범주에 포함된다. 즉, 안부 인사를 넘어 하루 일과를 공유하며 연인처럼 정서적 의존 관계를 형성했다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상담을 가장한 부정행위다. 기혼자와의 관계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가 바로 부부 갈등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다 선을 넘는 경우다. 법원은 친구로서 고민을 들어주는 행위와 배우자를 함께 비난하며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행위를 엄격히 구분한다. 상대방이 배우자에 대한 험담을 할 때 이에 동조하며 '네가 아깝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맞장구치며 상대방 배우자를 비하하는 행위는 부부 관계의 파탄을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기혼자와 교류할 때는 제3자가 봤을 때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기준은 '이 대화 내용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공개해도 떳떳한가'다. 만약 조금이라도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관계임을 인지하고 거리를 둬야 한다.

 

반대로 배우자의 외도 정황을 포착했으나 육체적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없어 법적 대응을 망설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법원은 카카오톡, 문자, SNS 등 다양한 증거를 통해 두 사람의 정서적 거리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비록 성관계 현장을 포착하지 못했더라도, 주고받은 대화 속에 배우자로서의 신뢰를 저버린 정서적 외도의 흔적이 뚜렷하다면 법원은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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