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문제·첨단 기술통제 등서 美에 목소리 키울 듯
경제둔화·軍숙청 여파 속 美와 갈등 고조는 피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31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노출된 트럼프 대통령의 약점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디까지 이용할지 주목된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상대적인 협상력 우위를 누릴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시 주석이 이러한 전술적 우위를 이용해 미국의 대중 기술통제나 대만 문제 등에서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고 최근 군 수뇌부 숙청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에 큰 양보를 요구하기보다는 상황 안정과 현상 유지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협상 유리해진 중국…대만문제·기술통제 등서 美 압박 전망
23일 블룸버그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호주파이낸셜리뷰(AFR) 등에 따르면 이번 미 대법원 판결로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협상력이 약해지고 시 주석은 상대적 우위를 누릴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 보잉 항공기와 에너지 수출 확대, 희토류 통제 추가 완화 등을 중국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를 관철할 핵심 압박수단인 '관세 카드'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그에 비해 시 주석은 상대적 여유를 지니게 됐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관세전쟁 등 어려운 대외환경에도 수출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수출 증가로 연간 수출액 증가세를 이었으며 무역흑자는 1조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경제성장률도 5.0%로 '5% 안팎' 목표를 달성했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전보다 약해진 트럼프 대통령을 맞아 '덜 내주고 더 받아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장은 "(이번 판결은) 다가오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국을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할 것이다. 또 중국은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판매 규제나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 원장은 시 주석이 첨단 반도체 접근권 제한 등 미국의 대중 기술통제 완화와 중국 기업에 대한 무역제한 철폐,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 축소 등을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신창 상하이 푸단대 대만연구센터 주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를 중국 지도자들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정책이 급격하게 바뀔 가능성은 없더라도 미중 정상이 향후 1년간 두세차례 정도 만날 기회가 있는 만큼 해당 발언을 끌어내고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만에 111억달러 규모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으나 방중을 앞두고 추가 무기 판매에는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신 교수는 미국이 대만에 추가 무기 판매에 나설 경우 방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산적한 내부 과제에 '빅딜' 한계…"관계 안정 위해 기존 합의 존중할 것"
중국의 입장이 마냥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그에 따른 내수 부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압력, 청년 실업 등 구조적 난제가 누적돼 있다.
시 주석은 또한 최근 군부 2인자인 장유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 등 군 최고위 인사 숙청으로 공백 상태가 된 군부 상황도 수습해야 한다.
이런 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두나 희토류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감한 분야에서 강공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는 등 맞불을 놓을 수 있다.
중국은 또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여부에 대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에 입각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미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가 대상이어서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에 따라 부과된 다른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최장 150일간 '글로벌 15% 신규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관세정책을 복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강공'에 나서기보다는 미중 관계를 안정화하고 현상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을 담당했던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광범위한 수준에서 시 주석은 시간과 관계 안정을 원할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시 주석은 중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장기적 성장 경로로 이끌기 위한 시간과 중국군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트럼프와 함께하는 시간이 외교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이었던 줄리언 게위츠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안방에서 성대하게 맞이함으로써 전 세계에 "지난 1년간의 무역 전쟁에서 미국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다"고 진단했다.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선딩리도 중국 당국자들이 트럼프의 방중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낮은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와 관련해 즉각적인 수정을 요구하기보다는 현재의 합의를 계속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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