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트코인은 화폐일까? 비트코인의 화폐성 이슈는 영원한 난제일 듯하다. 국가와 은행의 개입 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폐 기능을 갖췄다는 측과 급격한 변동성을 이유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측 의견이 팽팽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일부 젊은 세대가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화폐로 볼 수 있는지, 이를 이용한 범죄를 막을 방법이 있는지 등은 10년 넘게 가상화폐 시장을 떠도는 질문이다. 시간이 가면서 의문점은 늘었지만 답변은 여전히 두루뭉술하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어떻게 활용할지보다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에 관심이 집중돼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첫 등장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암호화폐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가명으로, 현재까지도 그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미 사망했다는 말부터 한 명이 아닌 집단이라는 의혹까지 다양한 설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비트코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존재하지 않아 ‘탈중앙화’가 큰 특징으로 꼽힌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거래할 수 있어 세계 통화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했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고정돼있어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한다.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희소성이 높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실제 대부분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화폐 대신 가상자산으로 본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높은 변동성이다.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과 함께 투기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공존한다. 실제 가격 변동 수준이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클 때가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1비트코인은 9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억원 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더 큰 문제는 어디까지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한선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한때 6만70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40%나 폭락한 수치다. 어느 자산이나 마찬가지지만 비트코인 역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등락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글로벌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곤 했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도 오르고, 내리면 같이 떨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하락장에서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는 올랐는데 비트코인 시세는 되레 내려간 것이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를 보고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끝모르고 떨어지는 시세를 보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젊은 세대 ‘한탕’ 노려
특히 ‘코인 열풍’에 탑승한 우리나라 젊은 세대에서 폭락에 따른 충격이 커지고 있다.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큰 점,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 주식시장과 달리 종일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잘만 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 일부에 파고들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전형인 셈이다.
실제 비트코인 시세가 고점에서 반 토막이 될 정도로 떨어졌을 당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큰돈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반등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이미 비트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큰손’은 진작에 다 빠져나갔다는 말까지 돌았다.
한때 가상자산 선물투자로 3800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유명 가상자산 투자자인 ‘워뇨띠’는 비트코인 폭락장에서 200억원가량 손실 본 내용을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비트코인 시세 1억원 선이 깨진 날이었다.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투자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사야 한다고 매수를 부추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한다며 매도를 권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전문가 사이에서도 다른 예상을 내놓는 것을 두고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래도 증시보다 ‘무빙’이 요란한 시장인데 전 세계 경제 상황과 맞물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일어난 사고로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동안에도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주체가 사정기관과 거래소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화폐냐
아니냐
지난달 23일 검찰이 관리·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압수물이 상당량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자체 조사한 검찰은 “피싱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분산된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이어서 전자지갑에는 비트코인 자체가 담겨있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에 접근·처분할 수 있는 열쇠(보안키)가 존재한다.
검찰의 해명대로라면 누군가 전자지갑을 연결해 둔 채로 온라인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보안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압수물 확인 과정에서 피싱 사이트에 잘못 접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보안키를 탈취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찰이 분실한 비트코인은 총 400억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비트코인 시세를 맞추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30대 딸 A씨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320.88개다. 검찰은 2022년 경찰이 송치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진 A씨의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범죄 수익으로 환수한 해당 비트코인도 함께 넘겨받았다.
경찰은 비트코인 인출 접근 권한을 네트워크망에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 ‘콜드 월렛’에 보관해 통째로 검찰에 인계했다. 이후 검찰은 A씨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기소했고 그는 2024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압수한 비트코인 전량도 몰수 판결이 났다.
검찰은 지난달 8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이후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을 국고로 환수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실 사실을 확인했다. 분실한 시점과 확인한 시점이 다른 것이다. 검찰은 매달 진행하는 압수물 점검에서 휴대용 저장 매체 실물만 확인했고 잔고 등은 확인하지 않아 5개월 동안 분실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묘연한 행방
음모론까지
검찰의 압수물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지갑은 지난해 8월 담당자 인계 과정에서 털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관리 담당자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인수인계를 위해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 접속 권한 조회 등을 시연했다.
이때 전자지갑 접근 정보를 담아둔 휴대용 저장 매체가 피싱 범죄에 노출되며 탈취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현재 탈취 경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동시에 분실한 비트코인을 환수하는 작업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6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 이른바 ‘유령 코인 사태’가 일어났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단위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일어난 일인데, 가상자산 거래소의 부실 관리 문제부터 이용자 손실, 2차 피해 등의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빗썸은 이날 저녁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로 1인당 2000원~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보유 포인트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는 695명이었으며 빗썸은 그중 랜덤박스를 오픈한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2490개로, 당시 시세가 비트코인 1개당 98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2440억원 상당이다.
빗썸이 당첨금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지급한 시간은 6일 오후 7시, 오지급을 인지한 시간은 7시20분,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기 시작한 게 7시35분, 차단이 완료된 게 7시40분이었다. 오지급부터 차단까지 40분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가 당첨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는 과정에서 시세가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시세가 폭락하자 공포를 느낀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파는 일(패닉셀)이 일어났고 담보로 맡긴 비트코인 평가액이 급락하자 강제청산된 경우도 발생했다.
검찰, 거래소발 사태에
불확실성 커지고 불신↑
빗썸에 따르면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 중 99.7%에 해당하는 61만8212개는 즉시 회수됐다. 나머지 비트코인 1788개 상당은 일부 당첨자들이 이미 매도한 상태였고 이 중 93%는 추가로 회수했다. 결국 125개 상당의 원화와 가상자산은 아직 회수하지 못했는데 이 규모는 총 130억원대에 이른다.
동시에 빗썸이 실제 보유한 수량보다 많은 비트코인이 실수로 지급됐다는 점에서 ‘유령 코인’ 논란이 같이 불거졌다. 빗썸이 위탁받아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만2619개였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지갑에 보관된 코인 수량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오지급 사고로 회수하지 못하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수량은 회사 보유 자산을 활용해 정확히 맞출 예정”이라고 했다.
빗썸 측은 오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64개 계좌에서 강제청산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일부 이용자의 매도로 발생한 강제청산은 현황 파악 후 전액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초유의 사고에 정부도 나섰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빗썸이 과거에도 2차례나 오지급 실수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사들이 실시간에 가까운 시차를 두고 자산을 대조하는 것과 달리 하루에 한번만 장부를 대조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확인됐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데도 불구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또 과거 비슷한 사고가 2건 발생했는데도 대책 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
정조준
금융당국은 빗썸의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보유자산 검증 체계와 내부 통제 전반을 살피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모든 거래소로 점검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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