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 미로를 기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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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를 기억하는 방법

노블레스 2026-02-23 09:00:00 신고

태피스트리 작품이 걸린 〈Miró and the United States〉 전시 공간
건축가 주세프 류이스 세르트가 디자인한 건축물의 일부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정권이 여전히 스페인을 억누르고 있던 1975년 6월, 바르셀로나 몬주이크 언덕에 자리한 하얀 건물이 완공됐다. 호안 미로가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한 이곳은 1년 뒤 민주화의 시작과 함께 진정한 개관식을 열었고, 그렇게 호안 미로 재단(Fundació Joan Miró)은 스페인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2025년, 정확히 반세기가 지난 지금, 호안 미로 재단은 다시 한번 ‘미래를 위한 예술 실험실’로 재정의 중이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테마는 미로가 생전에 자주 언급한 ‘예술의 민주화’라는 신념을 잇는 선언이기도 한 ‘내일의 사람들을 위하여 (For the People of Tomorrow)’다. 2026년 6월까지 이어질 이 기념 프로젝트는 전시, 공연, 교육, 음악, 건축 복원, 그리고 도시와의 협업 등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다. 50년 전 미로가 던진 “예술은 사회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동시대적 대답을 찾는 것이다.

〈Miró and the United States〉 전시 공간. 미국 작가 존 체임벌린(John Chamberlain)과 진 레이널(Jeanne Reynal)의 작품이 보인다
미로의 대표작 ‘별자리 (Constellations)’ 시리즈 중 22점을 오리지널 양면 구성으로 처음 전시했다

그 첫 장을 여는 프로젝트는 2026년 3월 26일까지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 〈Poetry Has Just Begun: 50 Years of the Miró〉다. 제목의 뜻 그대로 ‘시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선언과 같은 문장에 재단의 역사를 하나의 서사로 엮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1975년 창립 당시 호안 미로 재단은 미술관이 아니라 ‘현대미술 연구센터(Centre d’Estudis d’Art Contemporani)’로 명명되었는데, 그 시절을 추적하며 재단이 스페인의 민주화 시기와 함께 어떻게 예술적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미로가 생전에 즐겨 사용한 ‘협업’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루아 코데르크(Lúa Coderch), 앙헬스 리베(Àngels Ribé) 등 재단과 인연을 맺은 예술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시선으로 호안 미로 재단의 역사를 재해석했다. 미로의 초기 활동과 바르셀로나로의 복귀, 프랑코 체제하의 정치적 예술 실험, 그리고 1983년 미로와 건축가 주세프 류이스 세르트(Josep Lluís Sert)가 세상을 떠난 뒤 새로운 시대를 맞은 재단이 걸어온 궤적까지, 총 7개 시기의 장면으로 나누어 100여 년에 걸친 예술적 대화를 담아낸다. 창립 50주년의 또 다른 축은 미로와 미국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 〈Miró and the United States〉다. 워싱턴DC의 필립스 컬렉션과 공동 기획한 이 전시는 루이즈 부르주아, 헬렌 프랑켄탈러,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 미로와 교류한 미국 현대미술가 40여 명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미로는 1947년 뉴욕에 체류하며 추상표현주의 세대와 직접 만났고, 그의 자유로운 색과 기호는 미국 미술계에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상호 교류의 역사를 재조명하며 미로가 단지 유럽의 아방가르드 작가가 아니라, 대서양 양안을 연결한 국제적 인물임을 강조하는 전시다. 이 전시는 10월 10일에 개막해 2026년 2월 22일까지 열린 후 워싱턴DC로 이동해 7월 5일까지 이어진다.

재단의 발코니. ‘달, 해, 별’ 조각품과 함께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호안 미로 재단

이런 전시와 병행해 건축 복원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2025년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개방된 사이프러스 가든(Cypress Gardens)은 세르트와 미로가 구상한 ‘예술과 자연의 연속체’라는 개념을 실현한 상징적 공간이다. 1910년대에 조경가 장-클로드 니콜라 포레스티에(Jean-Claude Nicolas Forestier)가 설계한 라리발(Laribal) 정원의 일부였던 이 장소는 1975년 재단 부지로 편입되었으나, 그동안 폐쇄되어 있었다. 이번 복원 작업을 통해 원래의 석벽, 타일 벤치, 사이프러스나무가 되살아나며 추가된 관람 동선에서 자연과 예술, 건축이 다시 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5일부터 재단이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되며 광장에서는 공연과 어린이 워크숍, 다큐멘터리 상영이 이어졌고, 저녁에는 기타리스트의 공연이 열렸다. 1년 동안 이어질 이번 축제는 재단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스페인 전역의 문화 기관이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2026년 봄에는 사이프러스 가든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은 미로의 작품 6점을 특별 대여해 새 전시를 구성한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미로적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재단의 현 관장 마르코 다니엘(Marko Daniel)은 “호안 미로 재단은 민주주의 이후 스페인의 예술적 실험의 산물이며, 여전히 새로운 세대를 위한 연구소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은 창립 초기부터 회화, 음악, 문학, 건축, 공연이 교차하는 열린 플랫폼을 지향해왔다. 그렇게 창립 50주년은 그 원점으로의 귀환이자 미래를 향한 또 하나의 도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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