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요지부동에 아연실색"…일각 비대위 검토 요구
"지선 전 지도부 교체 어려울 듯" 관측…'제명' 한동훈, 금주 대구 방문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법원의 내란 유죄 선고에도 '절윤'(絶尹)을 거부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당내 충격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외 전·현직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선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과 이를 방어하는 당권파 간 '대리전'까지 벌어졌다.
23일에는 당명 개정안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가 예정돼 장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 "장 대표는 115만 당원의 지지와 신임을 받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도자"라며 "장 대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전날 전·현직 원외 당협위원장 25명이 장 대표에게 "더 이상 당을 민심 이반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절윤 거부를 두고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하기엔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내일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님이 모여 장 대표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정리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다.
개혁 성향의 당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는 장 대표가 20일 기자회견에서 절연해야 할 대상으로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을 지목한 것을 보고 충격받은 기색이 역력하다.
모임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에 "우리는 그동안 장 대표의 사퇴가 아닌 노선 전환을 촉구해왔는데,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사람을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으니 더는 그런 요구를 하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며 "이제 지도체제를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만 남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던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은 다가오는 의원총회에선 일단 발언을 아낀다는 계획이다.
스포트라이트를 중간지대와 중진들에게 쏠리게 해 지도체제 변화를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겠다는 판단에서다.
한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중립지대에 있는 분들이 발언하는 게 더 파급력이 크지 않겠느냐"며 "당내에서 장 대표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반응이 다수가 돼 가고 있는데, 의총이 조용히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들은 주말 간 지역 여론을 수렴한 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며 체념한 분위기가 읽힌다.
3선 중진 윤한홍 의원이 작년 12월 장 대표 면전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벗어던지라"고 촉구했고, 새해 들어서는 4선의 김도읍 의원이 정책위의장직에서 사퇴하는 등 경고장을 여러 차례 날렸으나 장 대표가 요지부동이라는 것이다.
한 4선 의원은 통화에서 "중진들은 작년부터 부단히 장 대표에게 '절윤'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말을 안 듣는 걸 어쩌느냐"며 "아연실색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냥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찬탄(탄핵 찬성)파였던 6선의 조경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보수를 말아먹은 내란수괴 윤석열, 그 끈을 끊지 못하고 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장동혁"이라며 "장동혁은 더이상 정통 보수 국민의힘을 망치지 말고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원조 '친윤'이던 5선의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끝내 막지 못했다. 이렇게 된 데에 당의 중진인 저의 책임이 크다"며 "깊이 참회드린다"고 썼다.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위한 요건을 진지하게 따져보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당헌 제98조는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의 경우를 비대위 설치 요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하거나 대다수 의원의 사퇴 요구가 있을 경우 지도부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지만, 지방선거를 불과 100일 앞두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지도부 교체가 현실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갈수록 내홍만 심화할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구경만 하는 중진들도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해 손발과 같은 풀뿌리 지방 권력이 다 날아가 버리면 타격이 클 것"이라며 "선거가 끝나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한 한동훈 전 대표는 이달 27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부산 등 영남권을 도는 민심 경청 행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보수진영이 좀처럼 방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공법으로 보수의 구심점부터 찾아 진짜 민심을 듣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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