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성인 나이트와 '부킹' 열풍 분석…"일탈·저항 속 '일상의 카니발'"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깔끔한 용모, 단정한 옷차림',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해 준다', '예쁜 여자만 고집하면 실패한다'….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성인나이트클럽'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문구다.
주로 남자 화장실에 붙어 있었던 이 글은 성인나이트클럽의 핵심인 '부킹'(즉석 만남)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이었다고 한다.
음악과 춤이 오가는 공간에서 남녀가 만났는데 '중매자' 즉, 웨이터에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부탁해서 테이블로 오도록 하는 경우도 흔했다.
새천년이 시작된 그 무렵, 성인나이트클럽은 왜 인기를 끌었을까.
장세길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로 1970년대 태생인 X세대가 기성세대로 편입되고 주5일제 시행으로 여가 시대가 열린 상황에 주목한다.
2002∼2003년 전주시청에 근무하며 성인나이트클럽 현장을 직접 조사·연구해온 그는 성인 나이트와 부킹 문화를 '새천년의 밤 문화'라고 설명한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성인나이트클럽은 가부장 질서가 전복되는 일탈의 장소이자 저항의 '일상적 카니발 공간'"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성인나이트클럽을 방문하는 주된 목적이자 핵심이 만남 놀이, 즉 부킹에 있다고 설명하며 "기혼 남녀의 소개팅이 묵인되는 장소"라고 짚었다.
장 위원은 성인나이트클럽 곳곳에 카니발 요소가 깃들어 있다고 봤다.
카니발은 사순절에 앞서 3일 또는 한 주일 동안 즐기는 명절을 뜻하는데 나이트클럽은 사회적 규범이 파괴되는 공간이자 몽환을 꿈꾸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누구 엄마', '누구 부인'이 아니라 '나를 여자로서 대해주는 남성을 만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고 장 위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성인나이트클럽이 '순기능'만 하는 건 아니다.
장 위원은 사회적 지위나 술의 종류, 때로는 팁 금액에 따라 지위가 나뉘는 점을 언급하며 "서열화와 계급 질서가 재현"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인나이트클럽은 새천년을 맞은 30∼40대의 '유흥 해방구'이자 '부킹'이라는 은밀한 욕망을 실현한 공간"이라며 그 의미와 구조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은 이런 내용을 25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인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제2차 근현대사 콜로키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행사는 관람객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박물관은 밤의 시간과 공간을 조명한 특별전 '밤풍경'을 열고 있다. 광복 이후부터 1982년까지 이어진 야간 통행금지부터 오늘날 밤 문화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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