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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사라져도 이 제품만은 꼭 남아야 한다는 말이 따라붙는 라면이 있다. 홈플러스 PB(자체브랜드) ‘이춘삼(이것이 리얼 춘장 39.6%) 짜장라면’이다. 2022년 출시 이후 입소문을 타며 대표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엔 건면 제품까지 등장했다. 과연 그 맛은 어떨지 직접 끓여봤다.
이춘삼은 단순한 PB 상품을 넘어선다. 홈플러스 방문객 사이에서 ‘가면 꼭 담는 상품’으로 언급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계란후라이·치즈·오이 등을 더한 변형 레시피가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춘삼 짜장라면의 현재 누적 판매량은 1700만봉을 돌파했다.
이번에 나온 제품은 기존 유탕면이 아닌 건면 버전이다. 기존 제품은 삼양식품(003230)이 생산했지만 지난해 말 출시된 건면은 하림(136480)산업이 맡았다. 단순한 리뉴얼이라기보다 제품 성격을 바꾼 셈이다.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열량을 낮추고 식감 차별화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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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에는 액상스프의 39.6%가 춘장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로 스프를 뜯어보면 일반 짜장라면보다 훨씬 짙은 검은색 액상이 눈에 들어온다. 구성은 단출하다. 면과 액상스프 두 가지가 전부이며 건더기 스프는 없다. 건더기 없이 구성을 최소화한 전형적인 PB 제품 구조다.
조리는 물 600㎖에 약 4분 30초간 면을 삶은 뒤 물을 조금 남기고 액상스프를 넣어 볶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소스가 면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향이 먼저 올라온다. 완성된 면은 번들거리는 기름기보다 묵직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일반 짜장라면보다 색이 진하고 농도도 높은 편이다.
맛의 방향은 분명하다. 단맛보다 짠맛이 중심이다. 농심 짜파게티처럼 달큰함이 먼저 들어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중국집 짜장에 가까운 짭짤한 풍미가 전면에 나온다. 건면 특성상 기름 고소함은 약하지만 대신 식감은 단단하고 쫄깃하다. 달달한 짜장라면에 익숙하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춘장 맛을 선호한다면 더 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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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건더기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콩고기나 채소 후레이크가 없어 단독으로 먹으면 밋밋한 편이다. 다만 가격을 고려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계란후라이나 오이채를 곁들이면 완성도가 조금 더 올라간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도 이런 방식의 ‘보완 레시피’가 함께 공유된다.
그래도 봉지당 700원대라는 가격은 분명한 강점이다. 4개 번들이 2990원으로 시중 건면 짜장라면보다 크게 낮다. 농심 ‘짜파게티 더블랙’ 건면 제품이 6000원대 중후반 가격대를 형성하는 점을 고려하면 체감 차이가 크다. PB 제품으로서 가격 경쟁력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춘삼 라면은 단순 저가 상품이 아닌 대형마트 PB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제품이다. 제조사 브랜드 상품은 가격과 공급 조건을 제조사가 주도하지만, PB는 유통사가 기획부터 물량·가격까지 직접 관리하고 생산만 제조사에 위탁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이춘삼을 시작으로 짬뽕 제품 ‘이해봉’ 등 시리즈 라인업을 늘리는 이유기도 하다.
다음달 4일이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1년을 맞는다. 현금 확보와 비용 통제가 핵심 과제인 상황에서 PB 확대는 전략 선택이라기보다 집객과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대응에 가깝다. 홈플러스는 41개 부실 점포 영업 종료 등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이춘삼 라면은 단순한 히트 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회생절차 속에서 점포가 줄고 브랜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매장을 찾게 만드는 집객 상품이자, 수익 구조를 지탱하는 축이다. 이춘삼 한 봉지에는 지금 홈플러스의 경영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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