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과 함께 여행 즐기고 체류하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 확산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달리기 열풍 속에 러닝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런 트립'이 새로운 제주 관광 콘텐츠로 확산하고 있다.
흑돼지나 고기국수 등을 먹고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인증사진 찍는 여행 문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제주에 여장을 풀고 며칠간 머무르면서 아름답고 이국적인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리고, 마을 구석구석을 체험하는 여행 문화다.
'런 트립'이 새로운 여행 콘텐츠로 제주 관광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 취미활동을 넘어 관광상품으로
제주에서는 러닝이 취미활동을 넘어 최근 몇년 사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참가자 모집에 애를 먹었던 제주지역 러닝 행사는 이제 조기 마감이 일상이 됐다. 제주지역 마라톤 대회 참가 인원은 과거 2천명 수준에서 최근 1만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올해 30주년을 맞는 제주국제관광마라톤 참가 예상 인원을 외국인 1만명을 포함한 3만명으로 잡았다. 올해 6월 7일 제주시 구좌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월정과 평대·종달해수욕장을 잇는 구간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를 위해 도는 예산을 작년 2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발간한 '데이터로 보는 제주여행-러닝 편'에 따르면 2021년 약 5천700건이던 '러닝' 언급량은 작년 9월 약 8천800건으로 증가하며 러닝이 제주여행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러닝과 함께 '버킷리스트'를 언급한 게시글이 2021년 36건에서 2025년 9월 110건으로 증가해 제주에서의 러닝이 여행자나 러너들에게 한 번쯤 꼭 경험해 보고 싶은 활동 중 하나인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관광공사가 오는 6월 13일 개최하는 '2026 제주오름트레일런' 역시 지난 11일 참가자 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천명 정원을 모두 채우며 조기 마감했다.
공사는 이번 대회를 단순한 경기를 넘어 지역 문화를 녹여낸 체류형 관광축제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대회는 지난해 열린 첫 대회 참가자 1천400명 중 약 80%가 도외 지역 방문객으로 확인돼 스포츠를 매개로 한 체류형 관광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귀포시 표선면 유채꽃프라자 광장에서 시작해 따라비오름과 큰사슴이오름을 따라 달린 참가자들은 부녀회가 만든 고기국수를 먹으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시 참가자들의 평균 체류 기간은 약 3일로 집계됐으며 숙박과 식음 등 지역 내 소비를 포함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26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트레일런 등 각종 러닝 대회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제주의 자연 자원을 활용한 수익성 높은 관광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 '숲·오름·바다' 제주 곳곳이 달리기 코스
특별히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뛰는 곳이 곧 코스가 될 수 있는 곳이 제주다.
그 가운데서도 우선 숲과 오름이 달리기에 좋다고 꼽힌다. 숲과 오름은 겨울엔 제주의 거친 바람을, 여름엔 뜨거운 햇빛을 피해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오름 사려니숲길 입구에서부터 사려니숲길 안내소까지 10㎞ 코스는 울퉁불퉁하거나 가파른 구간이 없어 초보도 달리기 좋다. 빽빽이 들어선 삼나무와 편백이 상쾌한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내뿜어 가빠진 호흡을 달랜다.
달리기가 처음이라면 사려니숲길 안내소에서 시작해 붉은오름 사려니숲길 방향으로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계속돼 달리기에 자신감을 가지기 좋다.
게다가 사려니숲길 곳곳에 돌담 목장길인 잣성과 숯 가마터 흔적이 남아있어 자연뿐만 아니라 제주 산림목축 문화까지 만나 볼 수 있다.
서귀포시 가시리 조랑말 체험공원에서 시작해 따라비오름을 거쳐 유채꽃프라자 입구에 도착하는 10㎞ 코스는 가벼운 트레일 러닝을 하고 싶을 때 추천한다.
드넓은 목장과 초록빛 숲, 거친 흙길은 달리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조랑말 체험공원 일대는 제주에서 열리는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의 단골 코스기도 하다. 트레일 러닝대회 때는 20㎞부터 100㎞까지 다양한 코스가 준비된다.
특히 이 일대는 4월이 되면 유채꽃뿐 아니라 벚꽃까지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는 해안도로 코스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시 용두암에서 용담레포츠공원과 무지개해안도로를 거쳐 도두봉까지 편도 약 6.5㎞ 코스는 공항과 가깝고 도심에 있어 러너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이 구간은 일몰 달리기로도 유명하다. 해가 질 무렵 붉게 물든 하늘 아래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달리는 코스다.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달려보고 싶다면 제주 동쪽 '숨비해안로'를 추천한다.
숨비해안로는 제주시 구좌읍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월정리와 행원리∼평대리∼세화리∼하도리∼종달두문포 교차로까지 약 24.77㎞ 거리로, 원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만큼 뛰면 된다.
숨비해안로 일부 구간은 제주에서 손꼽히는 마라톤대회인 제주아름다운마라톤대회와 제주국제관광마라톤대회 코스로도 유명하다.
제주시 곽지해수욕장에서 시작해 애월항까지 이어지는 약 6㎞ 거리 해안도로 코스는 달리는 내내 제주 서쪽의 쪽빛 바다를 마주할 수 있다. 제주지역 마라톤대회 중 매년 가장 처음 열리는 제주MBC국제마라톤 코스의 일부기도 하다.
인파를 피해 사색하며 달리고 싶다면 제주도 남쪽 바다 범섬의 아름다운 전경을 만끽할 수 있는 서귀포시 법환포구 코스를 추천한다. 다만 주변에 편의점이 많지 않아 물이나 가벼운 간식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
제주 여행 일정이나 숙소의 위치에 따라 주민이 즐겨 찾는 동네 달리기 코스도 좋다.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과 애향운동장은 트랙이 있어 달리기 수월하다. 제주지역 마라톤 클럽이나 러닝 크루가 정기적으로 연습하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시 한라수목원과 사라봉은 가벼운 달리기부터 오르막 훈련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사라봉 바로 옆 별도봉은 사라봉보다 산책로가 완만하고 길게 뻗어 있어 트레일 러닝이나 가벼운 조깅을 할 때 추천한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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