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에는 활동량이 줄어든 사이 몸 상태가 숫자로 드러나는 시기다. 모임과 기름진 식단이 이어진 뒤라면 혈액 검사표에 적힌 콜레스테롤 수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치가 경계선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식단을 바꾸겠다고 마음먹는 경우도 많다. 약을 바로 선택하기보다 음식부터 조절해 보려는 상황도 이어진다.
이때 가장 많이 찾는 방법이 과일과 채소를 갈아 마시는 주스다. 특히 사과와 함께 갈았더니 색이 진하게 올라오고 맛도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후기가 이어진 채소가 있다. 흙을 털어낸 둥근 뿌리를 반으로 자르면 진홍빛이 번지고, 도마와 칼날이 금세 붉게 물드는 '비트'다. 빨간 무라고 불리는 뿌리채소다.
비트는 식이섬유와 엽산, 칼륨을 함유한다. 붉은 색을 내는 베타인과 베타시아닌 성분도 포함된다. 여기에 질산염이 들어 있는데,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전환되는 과정에 관여한다. 산화질소는 혈관 이완과 혈류 흐름 조절과 관련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혈중 지질 수치 관리 식단에서 비트가 자주 언급된다.
지중해에서 온 뿌리채소, 국내 재배 현황은
비트는 명아주과 근대 속 식물이다. 잎을 먹는 근대와 같은 종이다. 품종 개량을 거치며 뿌리를 식용으로 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 서양에서는 뿌리를 주로 식용으로 쓰기 때문에 ‘비트’라고 하면 대부분 붉은 뿌리를 떠올린다. 동유럽에서는 보르시치 수프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다. 삶거나 구워 샐러드에 올리고, 식초에 절여 피클로도 만든다.
국내에서는 제주에서 주로 재배한다. 비교적 온난한 기후 덕분에 월동 재배가 가능하다. 비트는 서늘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호냉성 채소다. 봄 재배는 3~4월 파종 후 5~7월 수확한다. 가을 재배는 9~10월 씨를 뿌려 10~11월에 거둔다. 파종 뒤 60~70일이면 수확할 수 있다. 뿌리 지름이 3~5cm 정도로 굵어졌을 때가 적기다. 늦게 수확하면 조직이 단단해져 식감이 떨어진다.
붉은 색의 비밀, 혈류와 관련 있는 성분
비트의 강렬한 색은 베타시아닌 계열 색소에서 나온다. 베타인은 색과는 별개의 성분이다. 수용성이라 물에 잘 녹는다. 조리할 때 다른 재료까지 붉게 물들 정도다. 섭취 뒤 소변이나 대변 색이 붉어질 수 있다. 색소 배출 현상으로 출혈과는 다르다.
비트가 혈관 관리 식단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베타인과 질산염 때문이다. 베타인은 혈중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낮추는 과정에 관여한다. 호모시스테인은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 벽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물질이다. 베타인은 이를 메티오닌으로 전환하는 대사 과정에 참여한다.
질산염은 체내에서 산화질소로 바뀐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키는 물질이다. 영국 퀸메리대 연구진은 비트 주스를 섭취한 집단에서 수축기 혈압이 낮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지구력 향상을 목적으로 비트 주스를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생으로 먹어도 될까, 안전한 섭취 방법
비트는 생으로 먹기보다 익혀 먹는 편이 낫다. 생으로 다량 섭취하면 복통이나 소화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 껍질을 벗긴 뒤 깍둑썰기해 찜기에 15분가량 찐다. 포크가 부드럽게 들어가면 충분하다. 오븐에 180도에서 20~30분 구워도 된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주스다. 찐 비트 한 개에 사과 반 개, 바나나 한 개를 넣고 물을 부어 갈면 된다. 우유나 플레인 요거트를 더하면 맛이 부드럽다. 변비로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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