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진혁 기자= 이동준이 ‘푸스카스상’이 생각나는 절묘한 슈팅을 선보였다. 어려운 동작의 슈팅도 곧잘 해내는 이동준이지만, 육아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부분이었다.
22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쿠팡플레이 K리그 슈퍼컵 2026(슈퍼컵)을 치른 전북현대가 대전하나시티즌을 2-0으로 제압했다. 지난 2006년 이후 20년 만에 부활한 슈퍼컵 트로피의 주인은 전북으로 결정됐다. 공식 관중 수는 19,350명이었다.
정정용 감독의 전북이 첫선을 보였다. 지난 시즌 거스 포옛 감독이 다진 전술 틀을 일부 유지한 정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한 스푼 더해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공격 전술 구축하고자 했다.
이날 정 감독은 4-2-3-1 전형을 가동했다. 장신의 모따를 최전방에 두고 김승섭과 이동준이라는 발 빠른 윙어를 좌우 배치했다. 포옛 감독 때부터 즐겨 사용되던 미드필더 3인 조합도 김진규, 맹성웅, 오베르단이 새로 호흡을 맞췄다. 정 감독의 전북은 측면을 활용한 다이렉트 공격 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미드필드를 적극 활용해 좀 더 정교한 공격 전개를 시도했다.
이때 최전방 모따에게 쏠린 시선 뒤에서 빠져나오는 윙어의 침투가 주효했다. 이날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이동준이 위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스피드를 활용한 직선적인 움직임이 강점인 이동준은 대전 수비진이 포스트 플레이가 능한 모따에게 집중되자, 순간 배후로 빠져나와 슈팅 찬스를 만들어 냈다. 이날 이동준은 슈팅 3회로 대전 주민규와 함께 경기 중 최다 슈팅을 기록했다.
이동준은 전반 40분 푸스카스상이 생각나는 아크로바틱한 슈팅으로 대전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푸스카스상이란 국제축구연맹(FIFA)이 창설한 상으로 1년간 기록된 골 중 리그 불문하고 가장 멋진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된다. 결과적으로 득점이 되지 않아 이동준의 수상은 불가능하지만, 그만큼 충분히 어려운 동작에서 아름다운 슈팅이었다.
전반 40분 김진규가 박스 근처로 찍어 올린 공을 김태현이 머리에 맞춰 박스 안으로 보냈다. 수비진 사이로 빠져나온 이동준은 몸을 왼쪽으로 강하게 틀어 왼쪽 바깥 발로 공중에 뜬 공을 슈팅했다. 절묘한 궤적으로 날아간 슈팅은 오른쪽 골대를 맞은 뒤 이창근 품에 안겼다. 이동준의 침투 때 오프사이드가 지적되면서 슈팅 자체가 기록되진 않았지만,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아내긴 충분한 장면이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동준은 해당 슈팅 장면에 대한 질문에 “아쉽더라. 순간적으로 공이 오는 부분에 발을 가져다 댔는데 너무 굴절됐다. 궤적이 되게 득점으로 들어가는 궤적인 줄 알았는데 골대를 맞더라.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팀이 이겨서 기쁘다”라고 답했다.
이날 슈퍼컵 우승으로 이동준은 전북 소속 3번째 우승컵을 안게 됐다. 관련해 이동준은 “오늘 경기가 올 시즌의 첫 단추였다. 잘 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트로피가 걸린 경기인 만큼 정말 꼭 이기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동계 때부터 잘 준비했고 좋은 경기를 했다. 승리를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다. 시즌 시작부터 아주 기분이 좋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동준은 김천상무 시절 사제의 연을 맺은 정 감독과 전북에서 재회하게 됐다. 현재 전북에는 이동준을 비롯해 김진규, 김승섭, 맹성웅 등 김천에서 정 감독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꽤 있다.
이동준은 “올 시즌 정말 기대가 된다. 감독님과 재회했다. 또 감독님도 작년에 전북이 ‘더블’을 했기 때문에 부담감도 많으실 거다. 선수들이 많이 도와서 시너지를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전북의 선수단 변화도 크다. 박진섭, 송민규, 홍정호, 전진우 등 지난 시즌 우승 핵심 멤버들이 팀을 떠났다. 그 빈자리를 모따, 오베르단, 김승섭, 박지수 등 걸출한 영입생들이 메우게 됐다. “작년에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갔다. 그만큼 또 좋은 선수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좋은 선수들과 항상 좋은 호흡을 맞춰서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동계를 하면서 잘 맞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다 잘 맞을 수는 없지만 시즌 치러가면서 잘 맞춰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할 것”이라며 선수단의 융화를 강조했다.
이동준은 지난해 8월 아빠가 됐다. 축구선수 이동준은 집으로 돌아가면 초보 아빠가 돼 6개월 된 딸을 돌봐야 한다. 어쩌면 푸스카스급 득점보다 육아가 더 힘들 수도 있는 이동준이다. “솔직히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제게 오는 행복이 있다. 와이프가 많이 고생하고 있다. 저를 많이 배려해줘서 수월하게 육아를 하는 편이다. (이)우주가 태어나서 너무 기쁘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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