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벤처캐피털(VC) 시장의 돈줄이 마른 가운데, 정부가 2026년 창업 지원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며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예산 규모는 커졌으나 지원 대상이 '딥테크'와 '성장기 기업'으로 쏠리면서, 단순 서비스 모델을 가진 초기 기업들의 생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 지원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패키지 사업'이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할 곳은 예비 창업자들이다. 예비창업패키지는 혁신 아이템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에게 평균 5,000만 원, 최대 1억 원을 지원한다. 공고가 2월 4주차로 예정된 만큼, 당장 사업계획서의 논리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업력 3년 이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초기창업패키지는 올해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기술 기반 기업을 우대하는 '딥테크 특화형' 트랙이 신설된 점이 핵심이다. 일반형 접수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추가 모집을 기다리는 기업들은 자사의 기술력이 딥테크 범주에 포함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소위 '데스밸리'라 불리는 업력 3년 초과 7년 이내 기업은 창업도약패키지를 노려야 한다. 최대 3억 원의 자금 지원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협업 기회가 제공되는데, 신산업 분야 기업은 업력 10년까지 지원 가능하도록 범위를 넓혔다.
현금을 직접 꽂아주는 지원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저금리 융자다. 담보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의 직접 대출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특히 연 2%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청년전용 창업자금’은 제조업 기준 최대 2억 원까지 빌릴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보증 기관 선택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기술력 기반의 IT나 제조 스타트업은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적합하며, 매출 실적과 신용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비스·유통 분야는 신용보증기금(신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유리하다. 두 기관 사이의 중복 이용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2026년 새롭게 도입된 ‘제품화 ALL-In-One 팩’은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주목할 만한 신설 사업이다.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 양산까지의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며 오는 3월 구체적인 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반면, 세제 혜택 부분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2026년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의 청년창업 세액감면율이 기존 100%에서 75%로 하향 조정됐다. 비수도권 창업 시 여전히 100%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지방 시대를 강조하는 정부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이지만,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 창업자들에게는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정부 지원 사업 공고문을 보면 올해의 지향점이 명확히 읽힌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계획서 내에 ‘AI 도입을 통한 효율화’와 ‘해외 시장 진출 구체성’이 빠져 있다면 가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예산은 늘었으나 기술 중심의 선별적 지원이 강화된 만큼, 스타트업들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재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고문의 단어 하나, 문구 하나가 곧 평가 기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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