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스타트업에게 엑셀은 만능 도구다. 하지만 조직 규모가 커지고 인원이 30명을 넘어서는 순간, 정교했던 스프레드시트의 수식은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한다. 소위 '성장통'이라 불리는 관리의 한계다. 2026년 현재,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스타트업의 생존은 단순한 근태 관리를 넘어 데이터에 기반한 기민한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도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한 이유다.
◇ 도입 적기 놓치면 '행정 마비' 직면... 3050 법칙 주목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ERP 도입의 '골든타임'은 명확하다. 매출액 50억 원, 상주 인원 30명에서 50명 사이가 적기다. 이 시기를 놓치고 수기 방식이나 파편화된 툴에 의존할 경우, 데이터 유실은 물론 재고 관리 오류와 같은 치명적인 행정 마비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
물론 성급한 도입은 독이 된다. 조직의 기초 체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비용의 시스템을 들여오는 것은 예산 낭비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본궤도에 오르며 데이터량이 폭증하는 시점에서의 망설임은 향후 더 큰 전환 비용을 발생시킨다.
◇ 온프레미스는 옛말... '경량형'이냐 '확장형'이냐
과거처럼 고가의 서버를 내부에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은 더 이상 스타트업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2026년 시장의 주류는 단연 클라우드(SaaS) 기반 ERP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성장 단계와 미래 전략에 따라 두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는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경량형 솔루션이다. 한국 특유의 회계 및 세무 규정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초기 비용이 저렴해 학습 곡선이 낮다는 강점이 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한 초기 성숙 단계 기업에 유리하다.
둘째는 해외 진출을 겨냥한 글로벌 확장형 솔루션이다. 대표적으로 'SAP Business ByDesign' 같은 도구들은 180개국 이상의 회계 규정을 실시간 지원한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초기부터 세계 표준에 맞춘 데이터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향후 상장(IPO)이나 해외 투자 유치 시 유리하게 작용한다.
◇ 실패의 주범은 '기술' 아닌 '거부감'... 문화적 접근 필요
ERP 도입이 실패로 돌아가는 배경에는 기술적 결함보다 조직 내 심리적 저항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업무 방식을 고수하려는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은 '업무 효율'이 아닌 '감시와 통제' 혹은 '추가 업무'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단순한 시스템 설치를 넘어 전사적인 교육과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AI 기반 자동 보고서 생성 기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무자가 수동으로 입력하고 정리하던 시간을 줄여주는 '체감형 혜택'을 제공할 때 비로소 시스템은 조직 내 뿌리를 내린다.
결국 ERP는 도구일 뿐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어떻게 경영 전략에 투영하느냐가 본질이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최소화하고, 실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의 영리한 접근이 2026년 스타트업 인사관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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