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최모(34) 씨는 최근 주말마다 경기 남부를 돌며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다. 서울 전셋값이 부담스러워 성남과 용인으로 눈을 돌렸지만 상황은 기대와 달랐다. 마음에 드는 매물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중개업소에서는 “오늘 계약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가져간다”는 말이 반복된다.
이 씨는 “서울만 힘든 줄 알았는데 경기 남부도 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결혼 날짜는 다가오는데 전셋집을 못 구할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성남·용인·수원·광명 등 경기 남부 핵심 주거지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통계를 보면 경기도 전세 매물은 올해 초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특히 성남 중원구와 용인 기흥·처인구, 광명 등은 한 달 새 30~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신규 입주 단지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물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현장에서는 “전세가 씨가 말랐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매물이 귀해지면서 집주인이 우위에 선 시장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계약을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로 결정을 요구받는 사례가 늘고, 호가 역시 빠르게 오르는 분위기다. 신혼부부나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평형을 찾으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제 변수 겹치며 시장 불확실성 확대
전세 매물 감소의 배경으로는 세입자들의 재계약 증가가 꼽힌다. 최근 1년 사이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사를 택하기보다 기존 주택에 머무르는 선택이 늘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함께 보증금 일부 인상에 합의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물량이 줄어드는 구조다. 인기 지역의 경우 절반 안팎이 갱신 계약이라는 통계도 나온다.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주간 기준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광명, 용인 수지, 수원 영통 등 학군과 교통 여건이 비교적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매매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간 곳에서도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며 전세가율이 다시 높아지는 흐름이다.
공급 여건 역시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경기도 입주 예정 물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성남·용인·광명 일대는 신규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감소와 전세 수요 집중이 맞물리면 당분간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세제와 정책 변수도 변수로 거론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매물이 더 잠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집주인들이 매도를 미루거나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세 시장의 유동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 전세난이 경기 남부로 확산된 만큼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는 꾸준한 반면 신규 공급은 제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사 수요가 집중되는 봄·여름철을 지나면서 가격과 매물 상황이 추가로 변동할 수 있다”며 “시장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무리한 계약은 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결혼과 이사를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을 벗어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 기대했던 경기 남부마저 전세 매물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전세 시장의 ‘씨마름’ 현상이 일시적 조정에 그칠지, 구조적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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