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서로에게 매기는 관세)'에 대해 '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지만, 청와대는 안심하기보다는 오히려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10% 공통 관세'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미국과 미리 약속했던 약 500조원(3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현실적으로 국익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청와대, 긴급 '안보·경제 지휘 본부' 가동… "불안감은 오히려 커졌다"
청와대는 21일 오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현안 관계부처 회의를 긴급히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 핵심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참석자들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한 상호관세 위법·무효 판결의 주요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점검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날 회의 결과를 상세히 전했다. 강 대변인은 15% 상호관세 무효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후속 발표한 만큼 미국의 추가 조치와 주요 국가들의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대응 기조와 관련해 강 대변인은 “이번 미국 사법부의 판결로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부는 한미 관세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균형과 대미 수출여건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 간의 특별한 동맹관계를 기초로 우호적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은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꺼내들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시나리오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10% 글로벌 관세 발동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무역법 301조 등 미국이 향후 들이밀 수 있는 여러 압박 카드를 미리 예측하고 보다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준비태세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 대미투자특별법 '그대로 진행'… 셈법 복잡해진 청와대의 신중한 작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50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약속을 지킬지 여부다. 애초에 이 막대한 투자는 한국이 맞아야 할 25%의 관세를 15%로 낮추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짜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법원 판결로 관세 자체가 없어졌으니, 투자 약속도 없던 일로 하자는 의견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선택은 '약속 지키기'였다. 강 대변인은 미국 투자를 돕는 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보복 조치를 미리 막기 위한 고도의 작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등을 핑계로 언제든 다른 법을 이용해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섣불리 투자 약속을 깼다가는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 주요 수출품에 훨씬 무거운 '관세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청와대는 끈끈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미국과 잘 협의해 우리 수출 기업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미 낸 관세 돌려받으려는 기업들 돕는다"… 경제 부처 일제히 비상 대응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미 낸 관세 돌려받기(환급)'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정부 전체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지시했다. 대법원이 돈을 돌려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지 않아서, 미국 현지에서도 앞으로 5년 동안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에 정확한 정보가 제때 전달될 수 있도록 경제단체들과 똘똘 뭉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각 부처도 일제히 비상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기업에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경제단체 및 협회와 긴밀히 협업하기로 했다.
이에 발맞춰 각 부처도 일제히 비상점검 체제로 전환했다. 재정경제부는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가 국내외 금융시장과 거시 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김정관 장관은 긴급대책회의에서 "대미 수출 여건은 큰 틀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기업들을 안심시키는 한편, 오는 24일 발효되는 미국 측 글로벌 10% 관세의 예외 조항(핵심 광물, 에너지, 일부 자동차 등)을 분석해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11개 주요 협회와 핫라인을 구축하고, 수출 중소기업이 환급 소송과 추가 관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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