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우회 경로를 통한 관세 유지 방침을 시사했지만, 법적 근거가 약화된 만큼 정책 지속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시장의 관심은 관세 환급 소송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에 납부한 관세에 대해 환급을 청구할 경우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확대될 수 있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추가 국채 발행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이 환급 소송에 나설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재정 수입 감소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판결의 영향이 과도하게 확대 해석될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통해 현상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만큼 큰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기존 조치가 무효화되고 새로운 조치가 적용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할 경우 그 기간 동안 환급 소송 등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또 “위헌 또는 위법 판단 가능성이 시장에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유사한 구조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진교 GSnJ인스티튜드 원장 역시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법 판단 가능성이 이미 확산돼 있었다”며 “백악관도 임시 관세 등 대응책을 준비해 온 만큼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임시 관세는 최대 150일로 항구적 조치가 아니다”라며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약화되면서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압박이 법적 제약에 봉착했다는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됐다”고 짚었다.
관세 환급 소송과 관련해서도 즉각적인 충격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서 원장은 “정상적인 관세 환급 절차만 해도 최소 6개월이 소요되고, 소송을 거칠 경우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며 “단기간에 재정이나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급 부담이 장기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신호는 시장에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법리적으로는 상호관세 무효화가 우리 측에 유리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정책 의지를 감안하면 실질적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 교수는 “법적으로는 우리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차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자동차·철강 등 주요 품목 관세는 무역법 301조 등 별도 근거에 기반하고 있어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서 원장도 “핵심 품목 관세는 여전히 별도 법적 근거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서 원장은 “협정의 법적 근거를 엄격히 따지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합의가 사실상 적용되는 ‘디 팩토’ 상태”라며 “정치적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전면 재협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식 관세 정책이 전가의 보도처럼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향후 비관세 장벽이나 추가 협상 과정에서 협상력을 확보할 여지는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이 단기 충격보다는 중장기 통상 전략 재정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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