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_Pub: 노 웨딩] 결혼식 꼭 해야 하나요?… 연소민, K-웨딩의 민낯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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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_Pub: 노 웨딩] 결혼식 꼭 해야 하나요?… 연소민, K-웨딩의 민낯을 묻다

투데이신문 2026-02-21 17:17: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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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소민 작가. [사진제공=자음과모음] 
연소민 작가. [사진제공=자음과모음] 

【투데이신문 박노아 기자】결혼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결혼식은 사회적 행사에 가깝다. 예식장 계약부터 하객 명단, 축의금 계산, 양가의 체면까지. 두 사람이 시작하는 관계는 어느 순간 집안과 집안의 프로젝트가 된다. 최근 ‘노 웨딩(No Wedding)’을 선택하는 커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은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과연 우리는 결혼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결혼식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연소민의 신작 소설 <노 웨딩> 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전작 <공방의 계절> 로 30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며 따뜻한 힐링 서사의 힘을 보여준 그가 이번에는 가장 현실적인 풍경을 들춰낸다. 사랑스럽던 세계에서 냉정한 세계로의 이동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이를 “지금의 나를 기록한 것”이라고 말한다.

<노 웨딩> 은 결혼식 준비 과정을 따라가지만, 본질은 웨딩 산업이나 예식 문화 비판에 있지 않다. 작가는 ‘웨딩’을 전면에 내세운 채 그 뒤에 숨은 질문을 꺼낸다. 나다움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우리다움’을 시작하려는 선택은 과연 가능할까. 결혼은 현실 도피인가, 또 다른 충돌의 시작인가.

소설 속 인물들은 가족과 사회, 그리고 자기 자신을 설득하며 통과의례를 지나간다. 이 작품은 결국 한 여성의 자아 탐색기이자, K-결혼식이라는 거대한 장치 속에서 개인이 흔들리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연소민 작가에게 <노 웨딩> 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을 묻고 싶었을까.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전작  <공방의 계절> 이 따뜻한 힐링 소설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반면 신작 <노 웨딩> 은 제목부터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호러’처럼 느껴질 만큼 결혼 준비 과정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에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일종의 ‘장르적 전환’을 시도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표면적으로 보면 두 소설의 분위기가 무척 달라서 제가 어떤 결심을 통해 이번 작품에서 변화를 시도했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두 작품 모두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와 제 주변을 둘러싼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니까요. 자전적인 소설을 주로 쓰다 보니, 집필 당시의 제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가 작품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공방의 계절> 을 쓸 당시 저는 이십 대 초반답게 근거 없는 낙관을 품고 있었고, 타인에게 위안을 건넬 여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방송작가 일에 지쳐 있었기에 저 스스로 그런 힐링을 절실히 원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시간이 흐르며, 저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조금 더 냉소적으로 변했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용감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잘 숨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요. 스스로의 비열함에 놀라다가도 금세 거기에 적응해버린 모습을 보며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노 웨딩> 에는 지금의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결혼이라는 현실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담겼습니다. 예전에 쓴 소설을 다시 꺼내 읽을 때마다 그 시절의 제가 어렴풋이 비치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기도 합니다.

Q. ‘작가의 말’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를 언급하며 웨딩에 관한 어떤 공포를 느꼈다고 했는데요. <노 웨딩> 을 단순히 ‘결혼 이야기’라고 소개하기에는 어딘가 어긋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 소설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요.

‘멜랑콜리아’는 제가 특히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엉망이 된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행성’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쩌면 영화 속 결혼식은 본질이 아니라 하나의 장치였는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그 영화처럼 ‘웨딩’을 앞세운 채, 그 뒤에 숨은 진짜 문제를 서서히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주인공 윤아의 과거에서 날아온 ‘나’라는 행성과의 충돌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구상하던 시기에 저는 실제로 식 없는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윤아처럼 유년의 기억을 오래 헤집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다움을 잃어버렸거나 아직 나다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다움’을 얻을 수는 없겠구나, 먼저 성실하게 ‘나’를 찾는 일이 필요하겠구나 하고요.

그 생각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결국 ‘진짜 나’가 되기 위한 여정에 오른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지겨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또 다른 현실인 결혼을 선택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연소민 장편소설 <노 웨딩> 표지. [자료제공=자음과모음]
연소민 장편소설 <노 웨딩> 표지. [자료제공=자음과모음]

 

Q. 소설 속 주인공들은 ‘결혼식’은 생략하고 ‘결혼’만 하기를 원하는, 이른바 ‘노 웨딩’을 꿈꿉니다. 하지만 양가 부모의 반대와 사회적 시선이라는 벽에 부딪히죠. 지금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은 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 혹은 어떤 ‘짐’이 됐다고 보나요.

윤아에게 결혼식은 단순한 허례허식이 아니라, 숨기고 싶은 과거가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마치 ‘행성 충돌’처럼 피하고 싶은 사건이죠.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을 향해 친척들이 건넬 말들, 버진로드 위에 흩뿌려질 엄마의 자격지심, 양가의 경제적·정서적 격차, 축의금을 계산하며 미묘해질 분위기까지. 윤아는 그런 장면들을 예민하게 예감하며 ‘노 웨딩’이라는 방패를 세웁니다.

반면 해인에게 결혼식은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라고 생각하며 윤아의 의견을 존중해 ‘노 웨딩’을 선택하죠. 하지만 변덕스러운 윤아와 장모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혼란에 빠집니다. 그 과정에서 해인은 단순히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조력자가 아니라, 동반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Q. 소설 속 인물들은 가족과 주변,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끊임없이 설득합니다. 작가님께서 설정한 이 이야기에서 가장 어려웠던 설득의 대상은 누구였나요.

처음에는 윤아의 엄마가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를 가장 괴롭힌 인물은 윤아였습니다. 윤아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지 못한 인물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진짜 이유를 엄마에게 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결혼식을 원하게 된 시부모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달하지 못합니다.

저는 윤아에게 “그냥 저지르고 나중에 생각하면 안 될까?”, “한번 크게 싸워보면 안 될까?” 하고 끊임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소설 속 인물들이 실존한다고 믿으며 글을 씁니다. 그래서 식사 같은 일상적인 장면을 많이 넣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인물들이 살아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막힐 때마다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듯 설득합니다. 윤아의 모습이 저 자신과도 겹쳤고, 결혼을 준비하던 주변 친구들과도 닮아서 더 간절한 마음으로 설득했던 것 같습니다.

Q. 소제목들이 인상적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친정명절증후군’, ‘초대받지 못한 상견례’ 등 현실적인 에피소드가 가득한데요. 가장 공들여 쓴 장면이나 독자들이 특히 공감할 만한 부분은 어디일까요.

소제목을 짓는 걸 유독 좋아합니다. 방송작가 시절 매주 코너 이름을 지었던 습관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많은 독자분이 공감하실 장면으로는 ‘사랑의 충격과 연애의 충동’에 등장하는 친구 재우의 호텔 결혼식 에피소드를 꼽고 싶습니다. 이 장면은 편집부와 논의한 뒤 가장 마지막에 추가한 부분인데 한국 결혼식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자는 제안 덕분에 탄생했습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거나 자료 조사를 위해 결혼식 영상을 계속 보다 보면, 저 역시 “혹시 나도 이런 결혼식을 원했던 건 아닐까?” 하고 자문하게 되더군요. 결혼은 사적이지만 결혼식은 공적인 행사입니다. 그 장면만 보고는 그들의 결혼 전체를 알 수 없는데도 자꾸 비교하게 되는 마음,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웨딩’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 재보게 되는 게 아닐까요.

Q. <공방의 계절> 이 30개국에 수출되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해외 독자들이 작가님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 <노 웨딩> 이 지닌 보편적인 정서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 도서전에 초대돼 사인회를 진행했을 때, 한 독자께서 정민과 엄마의 갈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두려워 잠시 엄마와 거리를 둔 정민의 선택에 깊이 이입했다고 하셨죠. <공방의 계절> 속 인물들이 보여준 외로움과 두려움이 국경을 넘어 전해졌던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시 <노 웨딩> 을 집필 중이어서 더욱 힘이 됐습니다. 해외에서는 ‘노 웨딩’이 비교적 보편적이기 때문에 설정 자체가 공감받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국적이나 제도는 배경일 뿐, 인물이 겪는 감정이 핵심이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개인이 느끼는 부담과 책임, 그리고 유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문화와 상관없이 공감될 수 있는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br>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Q. 이 작품을 쓰며 사랑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을 바라보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투명함’이라고 믿었습니다. 솔직함에는 단계가 있고, 그것에 따라 사랑의 깊이가 결정된다고 생각했죠. 두 사람 사이에 놓인 문이 완전히 투명해져 모든 비밀이 사라졌을 때 최상의 사랑이 완성된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며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여도 비밀은 생길 수 있고, 그 문이 다시 불투명해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요. 솔직함에는 등급이 없고, 그것으로 사랑의 품질을 재단할 수도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털어놓을 용기를 내고, 또 그 고백에 귀 기울이려는 태도 속에서 사랑이 더 단단해진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예비부부 혹은 비혼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문제에 대해 제가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지만, 혼란 속에 있는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나’가 어느 날 유성처럼 나타나, 지금의 선택을 다시 비춰줄지도 모릅니다. 그때 곱씹어도 늦지 않다고 믿어보면 어떨까요.

‘진짜 내 마음’이나 ‘진심’은 대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자신을 덜 소모하는 방향으로, 그러나 욕망에는 충실하게 욕심도 부려 보셨으면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오답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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