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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스트림 뮤트’는 오디션에 불합격한 어느 밤, 의문의 남자가 맡긴 부서진 기타를 연주한 우진(우즈)이 저주받은 시간을 가로질러 욕망으로 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59분 분량의 미스터리 쇼트 필름이다. 첫 정규앨범 ‘아카이브. 1’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이자, 아티스트 우즈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박세영 감독이 각본·연출·촬영·편집을 맡아 강렬한 감각의 화면을 완성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는 ‘세계관 확장’이라는 기획 의도를 넘어, 영화적 쾌감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이다. 저주받은 기타라는 설정은 자칫 과장된 판타지 장치로 보일 수 있지만, 영화는 이를 ‘욕망’의 은유로 밀어붙인다. 27세에 요절한 천재 아티스트의 신화를 연상시키는 설정은 반항과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시청각적으로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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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화면의 질감이다. 우즈의 음악이 유니크하다면, 박세영 감독의 시각 역시 독창적이다. 광기에 잠식돼 가는 우진의 심리는 질척이는 시선과 왜곡된 프레임으로 표현된다. 특히 이 영화에는 이른바 ‘토치 감독’이라는 독특한 역할이 추가됐다. 렌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토치를 쏘아 열과 공기를 뒤섞어 굴절과 왜곡을 만들어내는 아날로그적 접근이다. 디지털 보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물리적 왜곡은 화면에 생생한 감각을 부여하고 욕망의 불안정성을 시각적으로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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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박세영 감독의 시각적 질감과 우즈의 청각적 쾌감은 절묘한 시너지를 이룬다. 음악과 영상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를 밀어 올린다. 이는 뮤직비디오의 확장판이라기보다,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음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사례에 가깝다.
우즈의 연기 역시 기대 이상이다. 아직 풋풋한 결이 남아 있지만, 인물의 감정선은 무리 없이 따라간다. 순수한 욕망이 점차 통제 불가능한 집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비교적 섬세하게 표현한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색을 구축해온 것처럼, 연기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번 작품은 ‘연기 도전’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우즈라는 아티스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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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존재감도 인상적이다. 우진의 누나 시은 역을 맡은 정회린은 현실의 균형추처럼 서사를 단단히 지탱하고, 저스틴 민은 저주의 주인 남기 역을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듯한 기묘한 기운으로 소화한다. 특히 저스틴 민이 만들어내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영화의 장르적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슬라이드 스트림 뮤트’는 “뮤직비디오는 왜 노래의 스토리에 맞춘 3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결과물은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선다. 음악적 콘셉트를 영화적 체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설득력을 확보했고 극장에서 59분을 온전히 채울 힘을 갖췄다. 2월 26일 개봉. 박세영 감독 연출. 러닝타임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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