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 찰나의 꼼수에 경종을 울린 대법원의 결단[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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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 찰나의 꼼수에 경종을 울린 대법원의 결단[판례방]

이데일리 2026-02-21 12: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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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간절한 꿈을 이어주는 희망의 사다리와 같다. 그러나 최근 일부 임대사업자들이 법망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임차인들의 이러한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사익을 편취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등기부상 찰나의 공백을 이용해 설정된 근저당권에 대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가 될 여지가 크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5다210805 판결). 이번 판결은 법적 형식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실질적인 정의와 입법 취지를 우선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주거 복지 체계를 위협하는 관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사진=나노바나나)


사건의 발단은 광주광역시의 한 공공건설임대주택에서 시작되었다. 최초 임대사업자인 A 회사는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아파트를 건설했고, 구 임대주택법에 의거하여 분양전환 이전까지 임차인의 동의 없이 어떠한 제한물권도 설정할 수 없음을 명시한 금지사항 부기등기를 마친 상태였다. 문제는 2019년 임대사업자의 지위가 B 회사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 회사는 임대사업자 승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접수하는 당일, 기존의 금지사항 부기등기를 말소하고 새로운 부기등기를 생성해야 하는 절차적 과정을 이용했다. 즉, 기존 등기가 말소된 직후와 새로운 부기등기가 기재되기 전까지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저축은행 대주단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으며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임차인들은 이후 적법하게 분양전환 승인을 받고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등기부에 거액의 선순위 근저당권이 남아 있어 임차인들은 온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결국 임차인들은 임대사업자를 대위하여 금융기관을 상대로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법리적 쟁점은 임차인 동의 없는 담보 설정을 금지한 구 임대주택법 제18조의 위반 여부, 그리고 등기 절차의 틈새를 이용한 행위가 민법 제103조가 규정하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로 모아졌다.

원심인 광주고등법원은 등기 절차 자체는 적법하게 이루어졌으며, 금융기관이 임대사업자의 법망 잠탈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차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금융기관들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상 부동산이 공공임대주택임을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소유권 이전과 부기등기 사이의 극히 짧은 시간에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은 임대사업자와 금융기관 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기존의 저리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대신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고금리 민간 대출을 설정한 행위는 그 반사회성이 현저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은 금융기관에 대해 공공임대주택 대출 시 보다 세심한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법적 기술을 동원한 탈법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이는 단순히 한 아파트 단지의 문제를 넘어,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근간을 보호하려는 사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임차인들은 향후 임대사업자가 변경되는 시점에 등기부등본을 더욱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부당한 권리 설정이 의심된다면 이번 판결의 취지를 적극 활용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거나, 해당 근저당권이 말소될 때까지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매매대금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등 권리 보호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사법 정의의 원칙을 확인해 준 이번 판결이 향후 공공임대주택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서민들의 주거 권리를 더욱 공고히 보호하는 버팀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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