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 개막⑤] K-배터리, 로봇 심장 겨냥…전고체 ‘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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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개막⑤] K-배터리, 로봇 심장 겨냥…전고체 ‘승부처’

투데이신문 2026-02-21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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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로봇이 온다. 인간의 신체 형태를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생산현장 실전 투입을 앞뒀다. 제조·물류 현장은 물론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고위험 현장에도 투입돼 인간 노동을 보완·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 담을 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안전성 증명을 전제로 아동 돌봄과 노인 복지에 로봇이 활용되는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도 분주한 모습이다. 로봇 생태계 구축과 상용화를 목표로 각 산업군에서 전략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로봇 시대’다. <편집자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로 시름하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로봇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전략 개편에 나섰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최근 로봇 시장의 고성장이 예상되면서 로봇용 배터리 시장까지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21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삼성SDI·SK온 국내 배터리 3사는 각사의 주력 폼팩터를 중심으로 파트너사와 함께 로봇용 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섰다. 아울러 전고체 배터리가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용 배터리는 고출력·고밀도·고안전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그만큼 중저가 배터리 중심의 중국 업체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용 배터리는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배터리는 보급형·저가형 중심이기 때문에 기술력 측면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로봇이 배터리 시장의 수요처로 급부상한 것은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의 기술 발전을 보여준 ‘CES 2026’이 계기가 됐다. 전시 현장에 다양한 로봇이 등장하며 로봇 시대 전환의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대량 양산해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할 계획을 공식화하자 어떤 배터리가 탑재되는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왼쪽) 및 2170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46시리즈(왼쪽) 및 2170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현재 업계에서는 LG엔솔이 현대차 아틀라스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엔솔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의 배터리 공급사로도 알려져 있다. 핵심은 고출력 모터 구동에 최적화된 4680 원통형 배터리다. 지름 46㎜, 높이 80㎜ 규격의 차세대 배터리로 기존 2170(지름 21㎜, 높이 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엔솔은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로봇 시장에서 6개 이상 고객에게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총회에 참석한 LG엔솔 김동명 사장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로봇 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엔솔이 현대차와 테슬라 외의 중국 로봇 업체들과도 협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LG엔솔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과 협업해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는 로봇 전용 배터리가 부재해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탑재했으나, 로봇의 구조와 공간적 한계로 인해 전용 고성능 배터리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양사의 협력은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로보틱스랩은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와 성능 고도화를 담당하고, 삼성SDI는 고용량 소재 개발과 설계 최적화를 통한 배터리 효율 향상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출력과 사용시간을 대폭 늘린 로봇 전용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현대차의 서비스 로봇 ‘달이’와 ‘모베드’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과 삼성SDI가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과 삼성SDI가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SK온은 현대위아의 물류로봇과 주차로봇에 파우치형 삼원계 배터리를 공급한다. 로봇 업계는 일반적으로 수급이 용이하고 구조가 안정적인 2170 배터리를 채택하지만, 현대위아는 자체 로봇에 맞춰 설계된 파우치 배터리를 적용했다. 

SK온은 파우치형 폼팩터의 유연한 설계와 공간 효율성을 바탕으로 로봇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기사화된 물류·주차 로봇이 그 일환이고, 다목적 무인 차량·선박용 ESS·전기버스 등 다수의 업체들과 추가 공급 계약 및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로봇용 배터리가 당장 전기차 캐즘을 극복할 만한 매출을 내기는 어렵다.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이 개발 단계인 데다 로봇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로봇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셀 시장이 2040년 105억달러(약 15조2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의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가속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성장이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수요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용 배터리에 적합한 폼팩터는 업계에서도 아직 미지수다. 로봇은 형태가 다양하고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고객사 요구사항에 맞춰 최적의 배터리 설계를 도출하고 이를 빠르게 양산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터리는 탑재 제품마다 설계를 최적화해야 한다. 배터리 업체는 설계 단계부터 고객사와 협업해 크기와 용량·출력 등을 결정하고, 소재 단에서 물질 함량을 조절해 최적화한다. 예를 들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서 니켈 함량을 높이면 배터리의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춰 빠르게 최적화하고 양산할 수 있는가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온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온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초기에는 NCM 배터리가 주로 탑재되고 향후 전고체 배터리의 비중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의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 위험을 낮추고 에너지 밀도는 높인 차세대 배터리다. 

휴머노이드 배터리는 잦은 충·방전을 견디면서도 작고 가벼워야 하고,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점에서 높은 안전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때문에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한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우위기 때문에 로봇 배터리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이 가장 가까운 것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2023년 수원연구소에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샘플 테스트와 성능 평가를 진행했다. 

다음은 SK온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앞당겼다. 고분자-산화물 복합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 대전 미래기술원의 파일럿 플랜트를 올해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시제품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완성도 높은 전고체 배터리를 추구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LG엔솔도 최근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LG엔솔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9년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무음극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와 휴머노이드 모두 기술 개발 단계인 만큼 실제 로봇 시장이 배터리 업계 실적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로봇이 주목받는 것은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고, 단기적으로는 로봇 시장이 전기차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기술적 허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상용화까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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