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부과했던 '상호관세'에 대해 최종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는 헌법상 의회의 권한인 관세 부과를 행정부가 국가비상사태 법령을 우회해 남용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기존의 관세 조치를 뛰어넘는 10%의 '글로벌 보편 관세' 전면 도입을 선언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미 징수된 수백조 원 규모의 관세 환급을 둘러싼 세기의 소송전과 함께 글로벌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 대법원, 'IEEPA 기반 관세' 제동… 헌법상 권한 한계 명확히 해
20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6 대 3으로 위법 판결을 확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이 사건의 핵심은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했는지 여부"라며, "해당 법안이 대통령에게 수입 거래를 규제하거나 엠바고(통상 금지)를 내릴 권한은 주지만, 헌법상 의회에 속한 '관세 부과 권한'을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는 백지수표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2월 중국, 멕시코, 캐나다에 부과한 이른바 '펜타닐 관세'와 4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즉각 법적 근거를 상실했다.
▲ 무역 합의 구속력 상실 위기… 韓 35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어떻게 되나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심각한 외교적 후폭풍을 낳을 전망이다. 관세라는 '채찍'이 불법으로 판명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각국이 맺은 합의의 명분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은 25%의 상호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고,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대가로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일본과 EU 등도 관세 면제나 인하를 조건으로 각종 양보안을 수용했다. 관세의 법적 근거가 무너지면서, 국가 간 합의의 이행 여부와 구속력을 두고 상당한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법원은 바보이자 급진 좌파의 랩독"… 플랜 B로 10% 관세 폭탄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그는 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들을 "바보(FOOLS)"이자 "급진 좌파 민주당의 애완견(LAPDOGS)"이라고 맹비난하며,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할 용기가 없는 그들이 부끄럽다"고 적었다.
특히 그는 "어떤 국가와 모든 무역을 끊고 파괴적인 엠바고를 가할 권한은 주면서, 정작 1달러의 관세도 매길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라며 대법원의 논리를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우회로(플랜 B) 가동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에게 우호적인 소수 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대통령의 관세 부과 능력을 본질적으로 제약하지 못할 것"이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다른 강력한 권한들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는 무역법 301조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오늘 무역법 122조에 의거해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글로벌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대법원의 판결을 비웃듯, 오히려 무역 장벽을 더 높이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 250조원대 환급 소송 '대혼란' 불가피… "향후 5년간 법정 다툼 이어질 것"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미국 정부가 이미 부당하게 거둬들인 막대한 관세의 처리 방안이다.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M)'은 이번 판결로 인한 관세 환급 요구액이 약 1750억 달러(약 2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징수한 금액만 이미 1335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조원의 환급을 노리는 기업들의 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미 코스트코, 안경 제조사 에실로룩소티카, 굿이어 타이어, 리복, 푸마 등 수천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며, 한국의 대한전선과 한국타이어 등 외국 기업의 자회사들도 소송전에 가세했다. 앞서 미 국제무역법원(USCIT)의 명령으로 잠정 중단됐던 소송 절차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일제히 재개될 예정이다.
다만,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해 아무런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아 향후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버노 대법관은 "환급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과정은 엉망진창(mess)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수조 달러를 돌려줘야 한다면) 완전히 엉망이 될 것이고, 우리나라가 지불하기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환급 다툼이 "앞으로 2년에서 최대 5년 동안 법정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인 불법 관세가 글로벌 무역업계와 법조계에 전례 없는 혼란을 초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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