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해외 유입 해양쓰레기 현황 조사…매년 1만개 넘어
해류·풍향 영향으로 중국발 쓰레기 유입 지속
[※ 편집자 주 =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올해 출범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바다 안전부터 해양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해양수산 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그 역할과 중요성은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해양수산부와 소속 기관의 업무를 하나씩 '분해'해 살펴보는 기획 기사를 매주 1차례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서해안 바위틈에 파란색 스티로폼 용기 하나가 걸려 있다.
겉면에는 중국어로 '면의 제왕'을 뜻하는 '면패(面覇)'라는 글자가 찍혀 있다.
중국에서 제조된 즉석 면 용기가 해류를 따라 한국 연안까지 흘러 들어온 것이다.
수년 전부터 신안과 백령도 등 국내 연안 곳곳에서는 외국어 상표가 붙은 생활 쓰레기나 국내 어업 현장에서 좀처럼 쓰이지 않는 폐어구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해외 연안에서 버려지거나 조업 과정에서 어선에서 떨어져 나온 쓰레기, 외국 양식장에서 사용하다 버린 폐어구 등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는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이처럼 해외에서 유입되는 해양쓰레기의 규모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외국에서 유입된 해양쓰레기의 비중은 약 3.1%로 나타났다.
언뜻 보면 크지 않은 수치지만, 개수로 환산하면 매년 1만1천∼1만3천개에 달해 결코 가볍게 넘길 규모는 아니다.
이는 서해 26곳, 남해 22곳, 동해 12곳 등 전국 60개 주요 해안을 격월로 조사한 결과다.
해수부 해양보전과 관계자는 "서해에는 섬이 많아 조사 대상인 해안 지점도 상대적으로 많다"며 "실제로 연안에 밀려드는 해외 유입 해양쓰레기는 집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식장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어업인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예산 부족으로 모니터링이 잠시 중단됐지만 올해부터 재개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유입 해양쓰레기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95%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이 1% 안팎으로 뒤를 잇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북한 등도 일부 포함돼 있다.
중국발 쓰레기가 많은 배경으로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풍향과 해류 영향이 꼽힌다.
중국 연안에서 발생한 부유 쓰레기가 바람을 타고 서해안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잦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해수부는 이 쓰레기가 바다 건너온 것인지 어떻게 구분할까.
해양 쓰레기는 특성상 직접 현장에서 수거할 수밖에 없다.
손으로 줍거나 바다에서 그물로 퍼 올리며 수거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어가 적힌 생활 쓰레기나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부표 등이 대표적인 단서가 된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파란색이나 빨간색 등 색상이 선명한 부표가 국내 연안에서 자주 발견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중국에서 태풍 등 자연재해로 부표나 어구가 유실되거나, 관리가 느슨한 상태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어구를 재활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해양 쓰레기로는 상대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지만, 대신 생활 쓰레기가 종종 발견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직구 증가나 외국인이 국내에서 자국 제품을 사용한 뒤 버린 사례도 있어 모든 쓰레기를 해외 유입으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떠밀려 온 쓰레기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용을 청구할 수는 없을까.
각국은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규제하는 런던의정서를 준수하고 있지만, 타국에서 유입된 해양쓰레기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는 조약은 마련돼 있지 않다.
대신 해수부는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해당 국가에 해양쓰레기 관리 강화를 요청하거나, 한중 해양협력대화,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등 양자·다자 협의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일본 연안으로 넘어가 역으로 문제 제기를 받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개념적으로는 피해국이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는 한중 해양쓰레기 공동 모니터링 연구 등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지속해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외 유입 해양쓰레기에 더욱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을 변경해 수립했다.
한때 예산 문제로 중단됐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을 재개하고, 인공지능(AI)과 드론 등을 활용해 전국 해안의 분포 현황을 과학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외 유입 해양쓰레기를 이처럼 심층적으로 조사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며 "조사 결과를 국제 협의와 공동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해 실질적인 해양오염 저감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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