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현정 기자 | 세정그룹이 실적 악화와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고배당을 강행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금 흐름이 막힌 상황에서 총수 일가의 현금 확보를 우선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정그룹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2024년 매출은 2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억원 흑자에서 81억원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도 1을 밑돈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활동만으로 이자를 갚기 어렵다는 의미다.
영업이익 적자 전환과 함께 현금창출력 둔화도 뚜렷하다. 2024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잉여현금흐름(FCF)도 2023년 125억원에서 2024년 47억원으로 60% 급감했다.
반면 단기차입금은 654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영업현금흐름이 축소된 가운데 차입 규모가 확대되면서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아진 모습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추가로 둔화될 경우 차입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장기차입금이 없어 차입 구조가 단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단기차입은 만기 도래 시 차환 여부에 따라 유동성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 재무 안정성에 변수로 작용한다.
재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재고자산은 1713억원으로 매출 대비 약 60% 수준이다. 재고와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6% 감소했지만, 재고 비중이 유지돼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과 맞물려 유동성 리스크가 높은 상태다.
재고회전율은 0.88회에 그쳤다. 상품이 판매로 이어지기까지 평균 415일, 즉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로 재고회전율이 낮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 훼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 적자에도 17억 배당 강행…오너 일가 ‘수혜’ 논란
이같은 재무 여건에도 세정그룹은 결산 배당을 포함해 총 17억8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는 2024년 FCF의 약 38%에 해당하는 규모다. FCF가 급감한 국면에서 현금의 상당 부분을 배당으로 배분한 셈으로 배당 강행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배당 강행을 두고 사실상 오너 중심의 배당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영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인 박순호 회장(지분 74.7%)에게 13억원이 돌아가게 돼서다.
한편 세정그룹은 2024년 12월 여성패션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신설 법인 주식회사 ‘OVLR(오뷔엘알)’로 이관했다. 물적 분할을 통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독립 운영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수익 단위별 책임경영을 강화해 손익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다. 브랜드별 전략 실행력을 높여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한다.
다만 실적 악화 국면에서 사업 구조 재편과 배당이 동시에 이뤄지며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리비아로렌은 세정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브랜드로 향후 투자 유치, 매각, 지분 구조 조정 등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정그룹은 비용 효율화와 생산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도 나선다. 3D 제작 시스템 도입을 통해 샘플 제작 횟수를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며 생산 효율을 개선한다. 인공지능(AI) 화보 제작 또한 촬영 비용 절감과 리드타임 단축을 위한 조치다.
세정그룹 관계자는 “물적 분할과 디지털 전환 등 조치를 진행 중이지만, 상장기업이 아니어서 외부에 상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지난해 실적은 업황 개선에 힘입어 2024년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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