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으면서 내란 사태는 일단락 됐다. 특히 법원이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해 온 윤 전 대통령은 물론, 계엄을 옹호해 온 '윤어게인'측의 주장도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1심 선고 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구국의 결단'이라는 표현을 쓰며 법원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현 사법부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며 '항소 포기'도 시사했다. 이는 자신의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결집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소장파를 중심으로 내란 사태에 대한 사과와 함께 '尹과 절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무너진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 '절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앞세워 절연 요구를 피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여권에서는 이번 무기징역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귀연 재판부가 비상계엄이 내란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의 범죄 전력과 고령인 나이를 이유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무기징역' 尹 '사과'하면서도 "구국의 결단을 내란몰이"…지지층 결집 메시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국의 결단을 내란 몰이로 음해하고 반대파 숙청과 제거의 계기로 삼으려는 세력들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일 오후 변호인단 입장문을 통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판단과 결정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이었고, 그 진정성과 목적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 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위해 여건을 조성하려다 의도대로 되지 않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특검의 소설과 망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을 담보할 수 없고,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항소를 통한 법적 다툼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은 회의가 든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굳건히 서고 법치주의가 바로 서는 날 제 판단과 결단에 대한 재평가를 다시 기대한다"라고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사법부의 예정된 결론과 정치권력의 핍박에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많은 군인과 경찰들, 공직자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가족들까지 그 고통에 좌절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단의 과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며 "정치보복은 나에 대한 것으로 족하다. 2차특검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숙청하고 국가안보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하냐"고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입장문은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불공정한 현 사법부하에서는 항소가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이른바 '윤 어게인'으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힘 내부서 '내란 사과' 이어져…'尹과 절연' 요구 봇물
반면 국민의힘 내에서는 '사과'와 '반성'과 함께 尹과 절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책임을 통감하며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뼈저리게 성찰하고 반성한다"고 밝혔다.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인 고동진·권영진·김건·김성원·김소희·김용태·김재섭·김형동·박정하·박정훈·서범수·송석준·신성범·안상훈·안철수·엄태영·우재준·유용원·이상휘·이성권·정연욱·조은희·진종오·최형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마주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법치주의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보수정당의 일원으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불법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질서를 제대로 수호하지 못했고,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주셨던 신뢰와 책임에 부응하지 못하였음을 뼈저리게 성찰하고 반성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김미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탄핵 인용 결정을 존중하고 사과드렸듯, 오늘 사법부의 판단 역시 겸허히 수용한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혼란과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적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사법부의 엄중한 선고 앞에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일원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계엄으로 뜻하지 않게 충격과 혼란을 겪으셔야 했던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언제까지 사과만 할 거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반성과 참회의 진정성을 받아주신다면, 국민의힘을 향한 실망과 화가 녹아내리실 수 있다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저부터 한분 한분의 손을 잡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한길, 고성국 등 '윤어게인' 세력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향해 한목소리로 '尹과 절연'을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이번 판결의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깊이 성찰하면서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그 어떠한 세력, 어떠한 행위와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고 했다.
대안과미래도 지도부를 향해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윤어게인' 세력과 즉각 절연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 앞에서 아직도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를 외치는 극우세력과의 잘못된 동행은 보수의 공멸을 부를 뿐"이라며 "지금이 역사와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마저 외면한다면,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회복 불가능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윤어게인'에 포획된 당 리더십은 이재명 정부의 독재를 막을 수 없다"며 "모든 어려움을 뚫고, 대한민국 보수의 본래 가치와 국민보수의 길을 회복하기 위해 매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은 "그간 보수 진영에서는 '윤어게인'이라 불리는 내란 옹호 세력에 기생하며 보수의 가치를 훼손한 정치인들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내란의 주범이 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으로부터 완전하게 절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시장도 "절윤을 얘기하면 분열이 생긴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그러나 그것은 분열이 아니라 곪은 상처 부위를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조중동 "국힘, 당장 윤석열과 절연하라"
보수 언론들도 尹과 절연을 촉구하는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20일 사설에서 "국민의힘에 상식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이제는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단절하고 보수 정도로 돌아가 국민 신뢰를 다시 얻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을 향해 "불법 계엄이 우리 민주주의에 미친 해악을 국민 앞에 조목조목 밝히고 제대로 사과하는 것이 상식적인 도리"라며 "다시는 이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은 물론 그를 추종하는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겠다고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윤 어게인 세력에 둘러싸여서는 장 대표가 강조하는 '외연 확장'도 '유능한 보수정당으로의 변화'도 요원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중앙일보 역시 "오랜 기간 국민의힘을 지지해 온 보수 세력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장 대표와 국민의힘이 당면한 현실"이라며 "그런데도 그들에게선 골수 지지층 이탈에 대한 성찰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돈키호테는 풍차와 싸웠다지만, 지금 국민의힘은 마치 실체도 없는 유령과 싸우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국민의힘을 향해 "부정선거론을 극복하지 않고 헤어날 길이 없다"고 했다.
정 전 주필은 "국민의힘은 지금도 더욱 강하게 부정선거론에 매몰되어 있다"며 "국민의힘 비주류조차 윤석열과 유전적 동일체며 언어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한동훈에게 지금 몰려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기이한 자해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尹 무죄추정 적용해야" vs 한동훈 "보수 재건 위해 장동혁 끊어내야"
지방선거 앞둔 보수진영, 친윤 vs 반윤으로 재편되나
이처럼 당안팎에서 '尹과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으나 장동혁 대표는 '무죄추정'을 거론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장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며 "1심 판결은 이러한 주장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1심 판결"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즉,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결론을 내린 1심 판결에도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보수진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尹과 절연'이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장 대표의 기자회견 후 페이스북에 "보수 재건을 위해 장동혁을 끊어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보수가 죽는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다음 날, 장 대표가 '우리가 윤석열이다'라고 윤석열 노선을 분명히 했다. 보수와 국민의힘이 죽는 길"이라면서 "장 대표는 단지 '윤석열 세력의 숙주'일 뿐,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장동혁은 윤석열 끊으면 보수는 살지만 자기는 죽으니 못끊는 것이다. 자기만 살려고 당과 보수를 팔아 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與, 무기징역 선고 비판…"2심 감형 위한 포석"
한편, 지귀연 재판부가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여권은 들끓고 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한 사정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과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점 ▲대부분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이 사건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한 점 ▲현재 65세로 비교적 고령인 점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귀연 판사를 거명하며 "세상 물정 모르고 국민 정서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비교적 고령인 65세' 대목에서 실소가 터졌다. 윤석열이 55세였다면 사형을 선고했다는 말이냐"며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더 높은 도덕적 잣대로 헌법을 수호하지 못한 죄를 물어야 하지 않겠나. 내란에 재범이 있을 수 있나. 참으로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제2의 전두환, 제2의 윤석열이라는 반역의 불씨를 계속 남기는 일이 없게 하겠다"며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등 사법개혁을 확실하게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도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 내란을 몇 시간 만에 이겨낸 것은 목숨을 건 위대한 국민과 우리 젊은 군인의 자제력 덕분"이라며 "윤석열의 선처, 엉성한 준비 등 개인적 사유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는 일촉즉발 분단국가에서 최고 공무원이라는 자가 군을 동원해서 국가를 부정한 범죄"라며 "재판을 받은 이 순간에도 팔팔하게 내란을 선동하고 있는 65세 청년에게 내란죄 최저형 무기징역은 선처"라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감형을 염두에 둔 판결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이번 판결은 감형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세탁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치밀하고 단계적으로 준비된 내란을 '즉흥적·우발적 판단'으로 규정했다"며 "동기를 완화했다. 국헌문란 목적을 '정치적 갈등 속 과잉 대응'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심 증거의 무게를 낮췄다. 노상원 수첩을 '조악한 메모'로 평가했다"며 "이런 판결이라면 2심 감형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두환은 1심 사형에서 2심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고 거론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양형에 군대를 동원하여 국가를 전복하려 한 군사반란의 중대성과 위험성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는 의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실패한 내란 혹은 초범, 고령 등의 이유로 감형을 해준 판단이 과연 상식과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는지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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