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새벽 배송이?… 양반들이 해 뜨기 전에 배달받아 먹었다는 '음식'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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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새벽 배송이?… 양반들이 해 뜨기 전에 배달받아 먹었다는 '음식' 정체

위키푸디 2026-02-20 17:04: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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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이 효종갱을 떠먹는 모습. / 위키푸디
양반이 효종갱을 떠먹는 모습. / 위키푸디

요즘은 새벽이면 현관 앞에 음식과 식재료가 놓여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배달이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는 사실은 의외다. 전기가 없던 시대,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던 시절에 따뜻한 국을 새벽에 받아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21년 편찬된 문헌 해동죽지에는 효종갱(曉鐘羹)이라는 음식이 등장한다. 이름을 풀어보면 ‘새벽 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이다. 당시 한양 사대문 안에 살던 사대부들은 통행금지가 풀리는 종소리에 맞춰 이 국을 전달받았다. 오늘날로 치면 예약 주문해 새벽에 받는 프리미엄 음식과 비슷한 셈이다.

새벽 4시 무렵, 성문이 열리자마자 배달이 시작됐다. 한양의 뒷문으로 조용히 전달된 국 한 그릇은 그저 식사가 아니라 신분과 경제력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전복과 해삼을 넣은 고급 국물

끓는 물에 전복을 넣고 있다. / 위키푸디
끓는 물에 전복을 넣고 있다. / 위키푸디

효종갱은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해장국과는 구성이 다르다. 기본이 되는 재료는 소갈비였다. 여기에 전복, 해삼, 표고버섯, 콩나물, 배추 속대 등을 넣고 오랜 시간 끓였다. 당시 기준으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값비싼 재료가 여럿 들어갔다.

오랜 시간 푹 끓여낸 국물은 깊고 진했다. 기름기가 과하지 않으면서도 고기와 해산물의 맛이 어우러졌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속을 달래는 용도였지만, 재료만 놓고 보면 잔칫상에 올라가도 손색이 없는 구성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 특히 남한산성 인근 사람들이 이 국을 잘 끓였다고 전해진다. 좋은 물과 재료, 조리 솜씨가 어우러져 이름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아침 식사가 아니라 신분 높은 이들이 즐기던 귀한 국이었다.

항아리와 솜으로 지켜낸 온기

효종갱이 담긴 항아리 겉면을 천으로 감싼 모습. / 위키푸디
효종갱이 담긴 항아리 겉면을 천으로 감싼 모습. / 위키푸디

광주에서 한양 도성 안까지는 약 20km 거리다. 지금 기준으로는 자동차로 짧은 시간이지만, 당시에는 도보 이동이 기본이었다. 빠르게 걸어도 6시간 이상 걸리는 길이다. 그럼에도 국은 따뜻한 상태로 도착했다.

비결은 보온 방식에 있었다. 밤새 끓인 국을 두꺼운 항아리에 담고, 그 겉을 솜으로 여러 겹 감쌌다. 솜은 공기를 머금고 있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늦춰준다. 오늘날의 보온 가방과 비슷한 원리다.

통행 금지가 풀리자마자 출발한 배달원들은 새벽 어둠을 가르며 한양으로 향했다. 덕분에 양반가에서는 이른 아침에도 김이 오르는 국을 받을 수 있었다. 단순한 음식 배달이 아니라 시간과 온도를 계산한 치밀한 준비가 있었던 셈이다.

신분은 달라도 해장은 모두의 관심사

해장국 효종갱의 모습. / 위키푸디
해장국 효종갱의 모습. / 위키푸디

효종갱은 주로 사대부 계층이 즐겼지만, 술을 마신 뒤 속을 풀고자 하는 마음은 신분을 가리지 않았다. 서민들은 시장에서 파는 술국이나 장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재료는 소박했지만 콩나물과 무 등을 듬뿍 넣어 시원한 맛을 냈다.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술로 인한 불편을 다스리는 방법이 적혀 있다. 칡뿌리나 헛개나무 열매처럼 숙취를 완화하는 재료를 달여 마시는 법이 소개된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의 고단함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효종갱은 한 시대의 식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귀한 재료를 넣은 국을 새벽에 배달받아 먹던 양반들의 모습과, 장터에서 뜨끈한 국밥으로 속을 달래던 서민들의 풍경이 함께 떠오른다. 방식은 달랐지만, 아침 국 한 그릇에 기대는 마음은 시대를 넘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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