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9시간 만에 떠난 고양이…보호자는 마취기록지를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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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9시간 만에 떠난 고양이…보호자는 마취기록지를 볼 수 없었다

프레시안 2026-02-20 15:59: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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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인 A씨는 지난 구정 설을 일주일여 앞두고 키우던 고양이 '다지'를 떠나보냈다. 중성화 수술에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온 뒤 비틀비틀 일어나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던 다지는 방에서 거실로 나가던 중 다시 쓰러졌고, 더는 눈을 뜨지 않았다. 퇴원 9시간 만이었다.

수술 전 혈액검사 수치는 정상이었기에 마취 사고가 아닐까 의심한 A씨는 다지를 수술한 동물병원에 진료부를 요청했다. 진료부에는 자궁과 난소를 찾지 못해 수술을 하지 못했고, 마취 종료 시간이 다가와 절개부를 닫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진료부에는 그러나 A씨가 알고 싶었던 마취제 투여 시간 등을 담은 기록은 없었다. A씨는 다시 마취기록지를 달라고 요구했다. 병원 측은 기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료부도 법적으로 줘야 할 의무가 없는데 호의로 준 것이라며 거부했다.

1500만 명 넘는 반려인이 함께 사는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살고 있는 시대지만, A씨 사례와 같은 경우 마땅한 대응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수의사법 시행규칙상 수의사는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품명과 수량'을 진료부에 적어야 한다. 사실상 마취제 사용을 기록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보호자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일체의 진료기록을 제공해야 하는 것과 달리, 수의사가 이를 동물 보호자에게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수의사법이 규정한 진료기록 작성 관련 의무도 의료법에 미치지 못한다. 의료법 22조는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춰야 한다'고 돼 있고, 시행규칙상 수술 일시·방법·내용, 치료 내용(주사·투약 처치 등), 진료 일시 등 기록부 등에 담아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마취기록지 작성 의무는 따로 법에 담겨있지 않지만, 통상 마취 전공의가 마취를 시행한 경우 작성되며 마취 시작일시와 종료일시 등을 기록하게 한 마취기록자료 등 표준서식이 존재한다. 작성 뒤 변조, 삭제는 금지된다.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따라 관련 행위가 기록되기도 한다.

수의사법 13조는 '진료부 및 검안부를 갖춰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치료 방법에 관해 작성 의무가 부여된 사항은 '처방과 처치'로 다소 추상적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는 죽음의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A씨도 다지를 떠나보낸 뒤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도 아직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동물병원 관계자는 "진료부는 호의로 드린 것"이라며 더 이상의 자료에 대해서는 "제공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 창가에 누워 쉬고 있는 고양이 다지. ⓒ다지 보호자 제공

A씨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동물 의료사고 관련 별도 분쟁해결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소비자원에 2023~2025년 576건의 동물병원 상담이 접수됐다. 그 중 치료 부작용, 품질 불만, 오진 등 '의료행위' 관련 불만은 310건(53.8%)이었다. 진료기록 공개 거부, 진료 거부 등 '부당행위'도 74건(12.8%)였다.

동물권 운동계에서는 우선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의무 부여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관련 헌법재판소 심리가 진행 중이다. 여야가 합심해 낸 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부를 보고 자가진료, 불법진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반대 중이나, 이미 수의사법은 수의사 면허가 없는 이의 동물 진료에 대해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 벌금의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동물권소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소리 변호사는 "반려가구가 점차 늘고 있고, 동물 특히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다름 없는 생명이다. 같은 생명임에도 사람에 대해서는 의사에게 의료 진료기록 제공 의무를 부과하면서 동물에 대해서는 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민들에게 반려동물이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현행 법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점점 동물 의료사고 관련 분쟁이 많아지고 있는데, 실제 진료기록 제공의무가 없는 점 때문에 보호자들이 동물 의료사고 관련 소송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제도적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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